교육부는 교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의 차등 성과급지급을 강행했다. 5년 전과 다른 것은 여론 또는 사회분위기이다. 바꿔 말하면 20%의 차등 지급은 기정사실이고, 그것이 곧 대세라는 것이다.
나는 ‘쪽팔리게도’ 다시 C등급 교사가 되었다. ‘다시’라고 말한 것은 2001년 첫 성과급지급 때도 C등급이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셈이다. 무려 5년간이나 전혀 나아진 게 없는데도 퇴출되지 않았으니 천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번 C등급 교사가 받는 성과급은 A등급과 6만원 가량이 차이날 뿐이다. 돈 액수는 고작 6만원일 뿐인데 마음이나 기분으로 치면 6천 만원이라 할 정도로 충격이 크다. 원래 C등급이라면 1년 동안 아무 한 일도 없이 월급만 받아먹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리게 일하고 있는 교사이다. 어문학부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국어교사들이 꺼려하는 온갖 일을 하고 있다. 먼저 문예지도이다. 학생들을 지도·인솔하여 대학교주최 백일장 등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 여러 명이 상을 받게 했다.
다음은 학교신문 및 교지제작 일을 하고 있다. 학교신문은 계간발행이라 1년 내내 바쁘게 매달리는 일이다. 예컨대 13호가 끝나면 곧바로 14호 준비에 들어간다. 3개월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신문기사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지는 1년에 한번 내지만 일정기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저서를 내는 일보다 교지 작업이 더 어려운 것은 학교 구성원의 작품을 모아 1권의 책으로 꾸미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고 수합의 어려움을 여기서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교육청이 내려보낸 교육봉사실적·수업시수·학습지도·생활지도 등 4개 영역외 ‘시책사업 및 업무기여도’까지 5개 항목으로 평가된 것이라 승복하려 하지만, 내가 C등급 교사라면 수업 말고도 하는 그런 일들은 ‘뻘짓’일 수밖에 없다.
내가 담임에서 열외되고 주당 16시간의 수업을 맡은 것은 문예·학교신문·교지제작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다. 교장과 교감이 인정하고, 국어과 동료교사들이 양해해줘서 그리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C등급이라니, 누가 그런 일을 다시 맡으려 하겠는가?
요컨대 성과급 평가의 잣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성과급이 많은 교육적 성과를 내게 하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것일텐데 그렇듯 확실하고 가시적인 실적을 낸 교사가 C등급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임이 명백하다.
남보다 나의 이야기가 속이 편할 듯하여 거론했지만, 결론은 분명해진 셈이다. 그런 평가영역만으로는 성과급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기 진작은커녕 오히려 열정으로 묵묵히 일하는 교사의 의지만 꺾어 버리는 이런 성과급 자체가 후안무치한 발상인 것이다.
나도 C등급 교사의 멍에를 벗어버리기 위해서 그런 ‘뻘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까보다. 참고로 나는 순수 특기·적성교육인 문예며 학교신문 지도를 잘한다고 첫 C등급 교사였던 2001년에 교육부총리 지도교사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로도 교육감, 대학교 총장 등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