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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초임지 사랑


2000년 9월 남해 C초에서 거제 외간초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듬해, 졸업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는 6학년 선생님에게 훈훈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매년 졸업식 때마다 익명의 장학금이 보내져 왔는데 올해는 끈질긴 추적 끝에 그 주인공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K○○'. 선생님이 알려준 이름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내가 2000년까지 근무했던 C초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사였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분이야.'

내가 외간초로 발령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K 교사는 "거긴 제 초임지였어요"하며 새삼 반가워하면서도 뭔가 곤란스러운 기색을 비쳤었다.

'그 얼굴 속에 그런 아름다운 사연이 숨어 있었구나. 감춰 논 보물을 들킬까 염려하는 그런 기분이었겠지.' 20년을 넘게 첫 부임지를 잊지 못해 꾸준히 장학금을 보내온, 그것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보내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K 교사는 1974년 C초에서 초임교사로 열정을 쏟다 1978년 대금초로 전출됐다고 한다. 그 후 그는 20년을 넘게 초임지 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온 것이다.

2001년 2월 졸업식 날, 난 학부모들과 지역유지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간직한 보물을 세상에 들어내 놓는 감격으로 K 교사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본인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되겠지만 입이 간지러워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사실 흙 속에 묻힌 옥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 매년 우리 학교에 익명의 장학금을 보내주셨던 분은 27년 전 이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 선생님이었습니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몇몇 어머니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었다. "선생님께선 지금 어디에 계시지요? 저희 6학년 때 은사님이신데…."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놀랐는데요. 그토록 우리를 생각하시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표정들이다.

"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전화라도 하세요." 난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 듯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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