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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교육> 영국 명문대 '차별선발' 논란

3%뿐인 사립고생 중 신입생의 47% 뽑아
옥스퍼드, 올 최고성적 공립고생 탈락시켜
사회단체들 "법정에 서게될 것이다" 경고


영국에서는 매년 'A Level'이라는 대학입학 평가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8월이 되면 옥스퍼드나 캠브릿지 대학들의 불평등한 신입생 선발 문제가 구설수에 오른다. 바로 이들 대학 신입생의 47%가 연간 1000∼3000만원의 수업료를 내는 사립고 출신이라는 점 때문인데, 영국에서 사립고 재학생 수는 전체 고교생 수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신입생 구성이 이렇다보니 교사 평균 연봉이 4000만원 남짓한 영국 사회의 서민들은 옥스퍼드 같은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킬 엄두도 내지 못한다. 또한 정부기관 고급관료, 군 지휘관, 각 금융기관 수장급의 83%가 이런 대학 출신이다 보니, 이들 대학의 신입생 선발제도 자체가 사회계급 분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2년 전에는 로라 스펜스(Laura Spence)라는 서민출신이며 공립학교 출신인 여학생이 A level 시험에서 최고등급의 성적을 받았지만 옥스퍼드대학 의대는 그를 불합격시켰다. 대학당국은 면접시험에서의 'lack of confidence'(자신감의 부족)를 탈락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곧 이 학생이 美 하버드 대학으로부터 1억 2000여 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발탁되자 영국 매스컴은 옥스퍼드 대학의 신입생 선발문제를 공론화 했고, 때마침 분 총선 캠페인 무드를 타고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야간이나 성인대학, 또는 지방대학 출신으로 진을 친 노동당 내각의 주요 장관들, 중학교 졸업시험에 실패하고 나중에 헐과 러시킨 컬리지의 성인대학을 다니고 철도노조 조합장을 거친 존 프레스코트 부수상, 맹인으로 셰필드대학 야간을 다닌 데이빗 블랑켓 교육부장관, 에딘버러 대학 출신의 로빈 쿡 외무부 장관과 고든 브라운 재무부 장관 등이 '계급 없는 새로운 사회건설(equal society)'이라는 총선 슬로건을 내걸고 옥스퍼드와 캠브릿지 대학을 공격한 것이다.

나중에 당사자인 로라 양은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고싶지 않다'고 기자들에게 말할 정도였고, 이 문제는 영국의 좌파계열 주요 일간지 'The Guardian'지에서 'Laura Spence'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178건의 기사가 나올 정도로 수개월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사회계급 문제보다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나스타시아 페도토바(Anastasia Fedotova) 양이 A level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았음에도 옥스퍼드 대학, 브라스노즈 컬리지로부터 거부당함으로서 장애자 차별 문제가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다. 더구나 올 신학기부터 '대학의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장애자 차별 금지법'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전국 장애자인권단체의 비난과 반발이 매우 거세다.

전국장애자인권보호단체장인 바바라 워터(Babara Waters) 씨는 "만약 내년에 레도토바 양의 케이스와 같은 사건이 또 다시 생긴다면 옥스포드 대학은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옥스퍼드 대학 피오나(Fiona Caldicott) 부총장은 "우리는 공립학교 출신이라든가 장애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 합격 불합격은 여러 가지 평가를 종합 검토한 뒤에 내려지는 것이고 면접은 이 평가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페도토바 양이 지원한 브라스노즈 대학의 수학과 모집정원은 5명이다. 그리고 선발된 다섯 명 중 두 명은 올해 옥스퍼드 입학지원자 중 최고성적 1, 2위였으며 나머지 3명도 20위 이내 성적 취득자였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차별적인 신입생 선발 논란을 단순히 이들 대학의 문제로만 떠넘길 수는 없다는 견해도 비등하다.

전국대학교직원노조(Natfhe) 케이트 히스만(Kate Heasman) 사무관은 "정부는 장애자차별금지법을 입법화 시켰지만 재정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대학들이 설비개조라든가 장애자 학생을 위한 교직원 연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오는 9월 1일인 준비 완료 시한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며 재정지원을 소홀히 한 정부에 '뜨거운 감자'를 넘겼다.

또 캠브릿지 대학 학생회 간부인 톰 룸리(Tom Lumley) 군은 "나는 옥스포드나 캠브릿지 대학이 면접에서 공립학교 출신 지원자나 장애자 학생을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립학교는 학교전체가 유명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삼고 유명대학의 선발기준을 잘 알고 준비하는 반면 공립학교는 유명대학에 가고자 하는 한 두 명의 학생을 위해 쓸 돈도 없거니와 교사의 여유도 없고 축적된 데이터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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