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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채만식문학관을 풍자문학관으로 고치자

계간 ‘시인세계’는 봄호에서 친일문학 특집을 마련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에 거론된 작가가 160여 명에 육박하는 반면 친일문장을 남기지 않은 작가는 윤동주⋅변영로 등 15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며 유연성 있는 단죄를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원광대 김재용 교수는 채만식 소설의 친일행각을 새롭게 확인해주었다. 한겨레(06. 3. 7)에 따르면 일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아름다운 새벽’의 친일행각이 해방후 발행된 박문사 판 단행본에선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채만식 문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01년 문학관 개관과 함께 제정된 채만식문학상이 지난 해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이 군산시를 방문한 결과인데, ‘채만식 문학관’의 개명까지 불거져 나왔다.

사실 교과서를 통해 채만식 소설을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그런 논란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현재 고교 국어(상)와 18종의 문학교과서에 실려 있는 채만식의 소설은 장편 ‘태평천하’와 단편 ‘논 이야기’⋅‘치숙’ 등이다.

그 정도 수록이라면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교사들이 당할 채만식 가르치기의 난처함이라 생각되는데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이다. 요컨대 교과서에 실릴 만큼 빼어난 현대문학에서의 업적과 친일행각 모두를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문학상 및 기념사업중단 촉구는 온당해보이지 않는다. 원조와 아류, 경중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제침략기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친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살아 남은 죄, 침묵한 죄 역시 아무렇지 않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부끄러운 역사를 이어왔다. 친일파를 끌어안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받아 들였다.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가 사실상 두 번째 대통령이 되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둔 채 18년이나 ‘친일’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경상북도 구미에는 지금도 ‘박정희 체육관’이 있다. 오랜 기간 동족을 독재라는 질곡의 늪에 빠뜨린 독재자이며 문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친일의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이름은 그렇듯 건재한데, 유독 ‘채만식문학관’의 채만식만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공산주의가 좋다며 스스로 월북하여 김일성정권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를 기리는 문학제가 성대히 펼쳐지는 세상이다. ‘지용문학상’⋅‘백석문학상’ 등이 지자체나 유력 출판사에 의해 운영⋅시상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도 ‘채만식 문학관’을 바꿔야 한다면 ‘풍자문학관’이라 고치자. 친일행각의 작품이 있을망정 누가 뭐라해도 채만식은 한국현대소설사에서 풍자 문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시조시인 이은상의 ‘노산문학관’이 ‘마산문학관’으로 바뀐 것처럼 별 의미 없이 ‘군산문학관’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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