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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아들의 콩나무


"엄마, 우리 집에 콩이나 뭐 싹을 내서 기를만한 그런 거 없어요?"
"그런 건 왜?"
"식물이 뿌리를 내릴 때 볼 수 있는 생장점을 찾아보라는 생물숙제가 있어서요."
"그래? 그럼 이걸 한 번 길러보렴."

비닐봉지에 담아 두었던 검은콩을 서너 알 꺼내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곧바로 '싹 틔우기'를 시작했다. 우선 콩을 물 속에 넣어 하루를 불렸다. 그런 다음 조그만 유리그릇에 솜을 얇게 펴서 깔고 솜에 물을 흠뻑 먹인 후, 불린 콩을 그 곳에 담아 햇빛이 잘 드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날마다 솜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마음을 썼다.

물이 너무 많아도 썩을 염려가 있고 물이 너무 없으면 말라버릴 것이 걱정이 되어 우리는 '싹 틔우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자 콩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서너 알의 콩 중에서 싹을 틔운 건 우연히도 딱 한 알.

얼마 후, 아들의 책상 위에 있던 콩나무는 화장실 창가로 이사를 갔다. 책상 위에서 살기엔 콩나무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화장실에 빛이 가장 많이 든다. 화장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대부분 동안 눈이 부시다. 그 곳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 걸 보니 콩나무도 화장실 창가에 자리한 제 집이 무척 마음에 드는가 보다.

시간이 더 흘러 콩나무가 제법 어른 티를 내기 시작할 무렵, 아들은 빈 화분을 하나 찾아내어 흙을 담아다가 그 속에 심었다. 그리고 우리는 콩나무에게 '잭크와 콩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처럼 쑥쑥 크게 자라라는 마음을 담아.

그렇게 기르면서 우리는 콩나무도 하염없이 가지도 치며 쭉쭉 뻗어 나가면서 키가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경험했다. 시골 밭에서 본 검은 콩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옆으로 가지를 치며 뭉툭하게 자라는데…. 그러기에 사람이든 식물이든 그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깨달았다.

이제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저 콩나무 우리 집에서 자라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져가서 넓은 밭에다 살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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