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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교육> 학생 약물검사 허용

미 최고 법원, 학교에 검사권 부여
특별활동 참여학생 소변검사 실시
마약 억제 취지…인권침해 비난도


미국 최고 법원은 지난 6월 말 "학교는 학교 간 대항 경기에 참여하거나 특별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해 마약류의 약물을 사용하는지 소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클라호마 州에 거주하는 린세이 얼스(Lindsay Earls)양이 테컴세(Tecumseh) 학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최종 법정 결정이다.

테컴세 고교는 지난 1998년부터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약물 사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소변검사를 실시해왔다. 합창부와 밴드부에 가입하려던 재학생 얼스 양도 학교측으로부터 약물검사 동의서에 서약할 것을 요구받았는데 얼스 양은 "약물 사용 혐의가 없는데 약물 사용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거부했고 얼스 양의 부모는 딸을 대신해 오클라호마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오클라호마 지방법원은 학교의 소변 검사는 학생들의 약물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타당한 조처라는 판결을, 항소심에서는 약물을 투여했다는 심증 없이 학생들에게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결이 각각 내려졌었다. 그리고 최고 법원은 항소심의 결정을 다시 뒤엎으며 얼스 가족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서 학교가 실시하는 약물 검사에 찬성표를 던진 토마스(Thomas) 판사는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약물 검사와 같은 권한도 함께 가져야 한다"며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얼스 양 측의 변호사 보이드(Boyd)씨는 "정신과 의사에서 교사까지
모두 약물 검사 강요가 교육적으로 역효과를 낳을 거라 말했다. 더구나 학교 자체에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가 없다. 이는 엄연한 학생들의 인권 침해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보이드 변호사의 입장에 대해 토마스 판사는 "학교가 학생들의 약물 사용에 대해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많은 학생들이 마약 사용을 하기 시작한 후에 이를 막는 조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날 이미 대학생이 된 얼스 양은 "이번 결정이 과연 학생들의 마약 사용을 막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다니던 고교에서는 약물 검사에 반발해 많은 학생들이 특별활동을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번 판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긴스버그(Ginsburg) 판사도 "특별활동은 방과후 학생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 건전한 교육적 경험을 하게 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약물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의 참여 의욕을 꺾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학교의 약물 검사와 관련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선례로 오르건 州(Oregon State)의 제임스 액튼(James Acton) 군 역시 1991년 학교의 약물 검사 동의 요구에 반대하며 법정 소송을 한 바 있다. 액튼 군이 다니던 버노니아 학구(Vernonia District)는 1989년부터 학교 운동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약물 검사를 했는데, 당시 축구부 가입을 희망한
중학교 1학년인 액튼 군의 부모는 학교측의 소변 검사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며 1991년 학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1995년 최고 법원은 학교가 학교 운동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약물 검사를 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버노니아 학구 대 액튼, 그리고 이번 테컴세 대 얼스의 사건에서 고소인 측의 변호를 담당했던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마약 복용을 한 혐의가 없는데도 약물 검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다.

보칙 제4조는 개인은 타당한 이유 없이 수색이나 검사를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89년 액튼 군이나 얼스 양의 경우와 비슷하게 한 철로 기술자가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약물 검사를 요구받았다고 고소한 법정 사건에서 최고 법원은 보칙 제4조에 의거 약물
투여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약물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며, 약물 검사는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얼스 양 측 변호사 보이드 씨는 위의 판례를 인용하며 "어른과 아이에게 다른 법이나 행동 규준이 적용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얼스 양 패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버노니아 학구 대 액튼 군의 사건에서 버노니아 학구의 승소는 학교로 하여금 학생들에 대한 약물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학교 대표 운동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그 대상이 지극히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 종목이 아닌 다른 특별활동에 참여하고자 했던 얼스 양에게 학교가 약물 검사를 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며 법원이 테컴스 학구 편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학교 운동선수 뿐 아니라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모두가 약물 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전체 중·고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학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전체 학생 수의 절반에 대해 약물 사용 검사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은 셈이다. 하지만 약물 검사는 약물 투여에 대한 의심이 전제가 되는 행위이며 학교가 학생의 약물 사용에 대한 확신 없이 시시때때로 검사 강요를 그대로 묵과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임과 동시에 학생들을 이등 시민으로 저하시키는 판결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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