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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교육> 英, 평준화 해체 가속화

중등학교 절반 특성화교로 전환
'똑같은 교육은 불평등이다' 취지
교사들 일반 종합학교 붕괴 우려


영국 교육기술부 에스텔 모리스 장관은 최근 진행중인 특성화 학교 추진정책과 관련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한 교육기회의 평준화는 결코 성취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평준화된 중등학교, 즉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 제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확언했다.

60년대 말, 당시 집권 노동당은 선발형 중등학교 입시제도를 사회계급 분화와 심화의 원흉으로 몰아 이를 폐지하고 평준화 제도와 종합학교 제도를 도입했다. 70년대 한국의 고교평준화 정책과 흡사하게 말이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같은 정당인 노동당이 자신의 손으로 이 종합학교 제도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입시제도라는 측면에서 평준화 철폐 정책은 1988년 당시 집권 보수당이 '88년 교육개혁법'을 도입해 일부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부여하면서 그 길을 터 줬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법적으로 평준화는 완전히 폐지됐지만 사립학교, 문법학교, CTC 같은 특수목적학교 등이
우수한 학생들을 한 번 걸러가고 나머지 탈락학생을 종합학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입학시키는 기형적인 평준화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규모 면에서야 어림없지만 한국에서 특목고 학생을 선발하고 나머지 학생이 평준화된 일반 고교로 배정되는 것과 비슷하다. 영국의 특성화 학교 추진계획은 법을 바꿔 일시에 모든 학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인 재정지원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희망학교의 학과(목) 중에서 일부를 집중 육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특성화 학교는 정원의 10% 이상을 선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모든 학교가, 그리고 전교생이 특성화된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6월말까지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특성화 학교로 전환한 학교는 모두 684개 학교에 이른다. 교육기술부는 2005년까지 잉글랜드 웨일즈 전체 중등학교의 약 절반에 이르는 1500개 학교를 특성화 학교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특성화 분야는 지금까지 테크놀로지, 외국어, 스포츠, 예술 등 4개 분야에 그쳤지만 새로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과학, 수학과 컴퓨터를 더함으로서 8개 분야로 늘어났다.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면 일시금으로 10만 파운드(약 2000만원)을 지급하고 학생 한 명당 연간 123파운드(약 30만원)의 추가 재정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특성화 학교 정책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분분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특성화 학교 학생들의 시험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요크대학 데이빗 제슨 교수가 2400개의 종합학교와 510개의 특성화 학교 학생(11세∼16세) 51만 명을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졸업시험(GCSE)의 상위 3 등급(A, B, C)에 든 학생이 특성화 학교는 53%였지만 일반 종합학교는 4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측을 중심으로 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교사노조(NUT)는 "보다 나은 애들을 선발해다가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한 학교의 결과와 그렇지 않는 학교의 결과를 비교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물론 제슨 교수는 "신입생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특성화 학교의 성취도는 일반교보다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빗 하트 전국교장협의회 대표도 "에스텔 모리스 장관은 잘하는 아이들보다 가난과 불리한 조건에 있는 아이들을 더 도와주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데이빗 렌델 자민당 교육부분 담당 의원은 "에스텔 모리스 장관의 계획은 런던같이 학교간 거리가 가깝고 경쟁과 선택이 가능한 도시지역에서나 의미 있다. 하지만 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선책의 여지가 없는 시골 지역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종합학교 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지역의 특성에 맞춰 학교재량권을 확대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지원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모리스 장관은 "교육기회의 평준화란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수요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리스 장관의 강력한 의지로 2년 뒤 영국의 중등학교는 종합학교와 특성화 학교로 이분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60년대 말 사회통합이라는 기치아래 탄생한 종합학교는 학생모집과 재정지원이라는 두 측면에서 차별과 압박을 받아 고사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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