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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교원평가 4불가론(四不可論)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교원평가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교원단체의 반발이 심화되고, 교육현장이 교원정년 단축 문제 이후 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교원평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현장에 있는 교사가 바라본 교원평가 실시의 문제점을 불가능성과 예상되는 폐해를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원 평가 실시의 4불가론(四不可論)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은 즉흥적이고 일회성이어서는 안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하려는 교원평가는 일회성의 즉흥적인 상황을 가지고 평가하려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특정 여론에 의해 즉흥적으로 여러 검토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더구나 1학기에 한번 공개수업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을 왜곡하는 발상이다.

학생들의 정서적인 측면과 지식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최소한 몇 년 후의 변화된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 단순히 단기간에 보여주기 위한(동료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 것으로 변질된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예를 들어 1학기 내내 한번의 공개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른 수업을 등한시한 교사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열심히 하지 않은 교사가 공개 수업만 잘 했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또 생활지도에 무관심한 교사가 한번의 수업을 잘 한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 또한 우스운 일이다.

둘째, 평가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 평가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더구나 학생들은 아직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년이며, 학부모 또한 다양한 학력과 직업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교과의 수업을 한번 참관하고서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다.

또 학생들마다 교과에 대한 이해 수준이 차이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현실에서 어떤 학생들을 기준으로 해서 수업을 해야하는 문제와, 자기의 수준과 맞지 않는 학생들이 어떻게 그 수업을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셋째, 외국과 우리 교육의 현실적 차이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항상 외국을 모방하려 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의 현실과 외국의 현실을 비교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학교 현장의 학생 수 및 수업 시수 그리고 교육당국의 지시와 간섭 등은 우리교육의 어려움이며 특수한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지나칠 정도의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인 실업의 증가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교원을 평가하는 것으로 모든 교육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다는 통계( PISA 2003년의 결과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 평균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가 항상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누구에 의해서 나왔는지는 차치(且置)하고서라도 말이다.

넷째, 현재의 발전된 대한민국이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교육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과거를 너무 나쁘고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 중에는 좋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교육도 그 시대에 맞게 이루어져 왔으며, 전쟁의 폐허더미 속에서 지하자원 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 11위의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 때문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교육문제는 교육자체의 문제보다도 교육당국의 무분별한 제도 변화와 지시 때문인 경우가 많다. 체벌 금지, 2-3년마다 이루어지는 잦은 입시제도, 개별 학교에 대한 간섭 그리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욕심 등이 현재의 어려운 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실시부터 하려는 교육당국의 태도이다. 1990년대 후반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교원정년 단축의 여파가 지금까지 교육현장에 남아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이번의 교원평가 또한 학교현장에 많은 문제점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관련자들과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제도를 준비한 후에 시행하여도 늦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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