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와 무관한 교통사고로 견책을 받아 공모교장 직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던 울산 A초 B교장이 소청심사에서 불문경고로 감경 결정을 받아 현직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8일 "A초 교장에 대한 견책 처분을 불문경고 처분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A초 교장과 울산시교육청에 각각 송부했다.
B교장은 올해 초 비보호좌회전 구간에서 적신호 때 좌회전(신호위반)하다 추돌 사고를 냈다. 피해가 경미해 검찰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를 통보받은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5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배했다며 B교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소청위는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울산시교육청이 달성하려는 행정목적에 비해 청구인이 받게 되는 불이익이 다소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고 발생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검찰도 이 같은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점 △A교장에게 징계 경력이 없는 점도 감경 사유로 봤다.
교총은 소청위의 결정에 대해 "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무와 무관한 실수에 대해 과중한 책임을 묻는 잘못된 관행을 깬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적용돼 온 '품위 유지 의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차등적으로 구분해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교총은 B교장에 대해 긴급방문 출장상담은 물론 소청대리에 나서 전방위적 지원을 해왔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공모교장은 사소한 징계만 받아도 직위를 박탈당하는 과중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시·도교육청은 '교장공모제 시행 계획'을 통해 '징계 등으로 당해학교에 근무할 수 없는 사유가 명백한 때 임용권자가 인사조치 가능하다'는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공모교장이 법령상 최소 징계인 견책만 받아도 직전 직위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불문경고를 징계로 볼 수 있는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타 시도에서도 공모교장이 임기 중 불문경고로 인해 인사조치 된 사례는 찾지 못했다"며 "소청위가 법령상 가장 수위가 낮은 견책을 불문경고로 더 낮춘 것도 공모교장 직위를 유지하도록 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동안 교원이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 없는 단순 사고 때문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업무 수행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의견에 따라 지난해 정부는 직무와 무관한 과실은 징계를 감경할 수 있도록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교원에 적용되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지난 5월 입법예고 된 후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교총은 교육부에 "교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입법예고를 마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