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다시 한번 `작은 학교'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뉴욕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스몰 스쿨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학교 교육을 위한 뉴 비전(New Visions for Public School)'이라는 비영리 단체는 1차 스몰 스쿨 설립 추진 계획과 스몰 스쿨로 바뀌게 될 대상 학교를 선정 발표했다. 이 단체가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1단계로 23개의 새로운 학교가 설립될 것이며 기존의 대규모 학교 하나는 작은 학교로 개조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1단계 스몰 스쿨 프로젝트로 지어지는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가정의 생활 소득이 낮고, 대규모의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뉴욕의 브론스(Bronx) 지역에 들어 설 예정이다.
스몰 스쿨은 학급당 학생 수보다는 학교 전체 규모를 줄이는 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와 비슷한 17∼25 명을 유지하는 반면, 스몰 스쿨의 전체 학생 수는 초등교의 경우 300∼500명, 중등교의 경우 400∼800명 선이다. 전문가들은 재학생의 수가 300∼500명 선일 때 가장 이상적이며 아무리 많아도 900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은 학교를 소규모로 하자는 운동을 일으키고 주도해온 도시로, 이 곳에서의 작은 학교 만들기는 벌써 20여 년이라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대안 학교 형태로 자리 잡은 스몰 스쿨은 뉴욕에만 해도 약 50여 개가 존재하고 있다. 스몰 스쿨이 뉴욕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이래 이에 대한 교육적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학교 모델로서의 적합성을 가늠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물론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스몰 스쿨 모두가 성공적인 교육의 장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간에 실행된 많은 연구들은 스몰 스쿨이 적지 않은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무엇보다도 스몰 스쿨에서는 다른 대규모의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중퇴, 학교 폭력, 저조한 시험 성적과 같은 오늘날 미국의 학교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그리고 스몰 스쿨이 학생들의 학업이나 행동 발달 상황, 기타 생활 태도 측면에서 보통의 학교보다 좋은 결과를 보이는 이유를 학생 수가 적다는 데서 찾고 있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 대부분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개인적 특성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으며,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인간적 친화력을 키우기 쉽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근래 들어 학교를 인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보는 관점이 우세해 지면서 작은 규모의 스몰 스쿨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확산돼 왔다. 이번 스몰 스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뉴 비전 로버트 휴스(Robert Hughes) 회장도 "인간적이고 개별화된 학습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즉, 학교가 사람들의 공동체이어야 하며, 학생 개개인 모두가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서로 친밀하고 인간적인 유대를 맺으며 모든 학생 하나 하나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학교를 원한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밝힌 휴스 회장은 "스몰 스쿨을 새로운 학교의 모델이 될 만하다"며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 뉴욕 시에 지어질 다수의 스몰 스쿨은 교육 활동은 다름 아닌 인간 관계가 그 밑바탕을 이룬다는 점과, 학교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아기자기하고 인간미 넘치는 상호 작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인식한데서 출발한 것이다.
대대적인 스몰 스쿨 설립 계획은 애초에 사립 재단들의 재정적 원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뉴욕의 카네기(Carnegie)사, 게이트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그리고 열린사회연구소(George Soro's Open Society Institute)가 각각 1000만 달러씩 스몰 스쿨 설립 자금을 내 놓은 것이다. 이들이 기부한 3000만 달러 중 1차로 지어질 23개의 스몰 스쿨에 1200만 달러가 쓰여진다.
이번 프로젝트로 새로 문을 열게 되는 스몰 스쿨들은 교과서로 대변되는 기존의 진부한 교육 과정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기악, 연극 연출, 시민 활동 등 새로운 교육 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보조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