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전액을 편성한 시도는 대구, 대전, 울산, 세종, 충남, 경북으로 17개 시·도 중 6곳에 불과하다. 서울, 광주, 경기의 경우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까지도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학부모는 누리과정 지원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유치원으로 쏠리고 있는데, 마치 이런 현상을 막기라도 하듯 일부 시·도의회는 예산이 있음에도 유치원까지 지원할 수 없도록 예산 승인을 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누리과정 대란
부분적으로 예산을 확보한 시·도의 경우에도 수개월 후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비가 고갈되고 교사 임금이 체불되는가하면 급기야 일부 시·도의 유치원에서는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요구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만 3~5세 유아들이 유치원을 다니든 어린이집을 다니든, 거주지역과 소득계층을 따지지 않고 똑같은 유아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누리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누리과정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부 시·도와 정부는 서로 그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이다. 왜 이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는가.
누리과정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만 3~5세 유아교육과 보육을 공교육화 한다는 것이 본질적인 정책목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근거법이 다르고 정부의 관장부처와 지방의 관할청이 달라도 누리과정 지원 근거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일원화한 것은 종국적으로 유아교육과 보육 재정을 통합함으로써 유아공교육체제를 확고하게 하려는 정책 방향인 것이다.
누리과정 지원을 처음 시작한 2012년에 1조5000억 원이었던 예산이 2015년 들어 3조9000억원을 초과할 정도로 유아공교육 확립에 박차를 가해 왔는데도 정부와 지방의 갈등, 유아교육기관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누리과정 도입 후 유아대상 영어학원 수가 9% 늘었고, 이들 학원에 등록한 유아의 수도 31%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 유아공교육이 제대로 그 정책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우리나라의 유아공교육화를 완전하게 확립하기 위한 열쇠는 무엇인가.
국무조정실 추진 유보통합에 희망
이미 유아공교육화 과정에서 정책 방안이 무리하게 추진되거나 순서가 바뀌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정책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고 본다.
국무조정실 영유아교육보육추진단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통합 정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장부처와 지방의 지원, 감독체계,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 통합, 그리고 유아교육과 보육재정 통합 방안을 잘 마련하는 일이다. 한 국가의 유아교육과 보육이 명실상부한 공교육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법령체계와 재정 확보 근거를 완전하게 마련해야 한다.
작금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 상황에 대해 일부는 유아공교육화 과정에서 겪는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유아공교육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 제대로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