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전담교사(이하 교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년 단축 여파와 학급 증설 숫자의 절반에 불과한 교사 증원으로 부족해진 담임 자리를 교담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3학년 이상 3학급당 0.75명'이라는 교담 배치 기준이 무색하게도 전국의 교담 확보율이 50% 이하로 추락해 담임 교사들이 과중한 수업에 시달리고 특히 소규모 학교는 전담교사가 전혀 없어 교육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초등 학급 수는 약 4000학급. 하지만 교육부에서 배정한 올 초등교사 정원 증원 숫자는 2318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 담당자는 "타 공무원에 비해 교원은 획기적으로 정원이 늘어났지만 4000학급이 늘어나 단순 계산으로도 약 1700여 명의 교사가 부족한 셈"이라며 "교담 확보율을 지난해 58%에서 50%로 낮춰 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강원도는 초등생 수가 지난해보다 1860명이 늘어 25학급이 증설되고 9월에 3개 학교가 신설돼 70여명의 교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교원 정원은 5573명에서 5524명으로 되레 49명이 줄어 120명의 교사가 모자라게 됐다. 이에 신규 임용교사를 담임에 우선 배정해 교담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강원도의 올 법정 교담 정원은 567명이지만 현재 224명에 불과해 정원의 39%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교담 확보율 60.8%(343명 배치)에 비해 20% 포인트 이상 뚝 떨어진 규모다. 이에 영어, 예체능 교육에 차질이 예상되고 특히 6학급 미만 학교 200여 곳에는 교담을 전혀 배치하지 못해 소규모 학교학생들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상황이다.
작년보다 초등교원 정원이 9명 줄어든 전남도도 지난해에는 788명 정원에 552명을 배치해 교담 확보율이 70%에 달했지만 올해는 797명 정원에 434명만을 확보해 54.5%에 그쳐 15.5% 포인트나 하락했다. 또 대전은 지난해보다 223학급이 증설됐지만 교원 정원 증원은 81명에 그쳐 교담 확보율이 지난해 72%에서 올해는 54%로 18% 포인트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대전 시내 모든 초등교에서 교담이 1명, 많게는 2명이 줄었다.
이밖에 서울도 지난해보다 222명이 줄어든 1712명만을 확보해 교담 확보율이 59%에서 51.5%로 떨어졌고, 충북도는 584명 중 242명에 불과, 확보율이 지난해 49.8%에서 41.4%로 8.4% 포인트 감소했으며 경기도는 아직 실태파악조차 못한 상태지만 지난해 확보율 53.5%(3635명 중 1947명 배치)에서 올해는 4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등 전국적으로 교담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이에 반해 인천은 작년 9월 925명 정원 중 427명을 확보해 46%를 기록했다가 올 3월 957명 정원에 505명이 배치돼 교담 확보율이 52.3%로 높아져 눈길을 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나아진 게 아니다. 올 9월 1일 4개 초등교가 개교하면 약 120명의 교담을 담임으로 돌리게 돼 교담 확보율이 40%로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6개월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어디냐"며 교육청 담당자는 하소연했다.
매년 감소하는 교담 때문에 담임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크게 늘었다. 특수학급을 포함해 17학급인 강원 원통초는 지난해 2명의 교담이 미술, 실과를 맡아줬지만 올해는 1명으로 줄었고 그나마도 아직 미배치 상태다. 이 학교 교감은 "도 방침에 따르면 17학급 이상은 1명, 16학급 이하는 0명이 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5, 6학년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가 2시간씩 늘어 32시간이 되면서 육체적 부담도 `한계' 상황이다. 또 같은 학년 교사끼리 영어, 미술, 음악 주특기를 정해 전담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공자가 필요하다는 심리적 압박감마저 든다. 6학년 1반 이진숙 교사는 "30시간이 넘는 수업에 정말 피곤하다"며 교담 확충을 요구하면서도 "최소한 영어만큼은 원어민 수준의 교담이 가르치길 바란다"며 아이들을 걱정했다. 하지만 원통초에 배치될 교담은 도덕 실과를 맡게 될 예정이다.
56학급 규모의 서울 포이초는 9명의 교담이 필요하지만 지난해보다 1명이 더 줄어 현재는 5명뿐이다. 이 때문에 3학년 교사들이 음악 등을 더 맡으며 수업이 주당 26시간에서 29시간으로 3시간이나 늘었다. 하루종일 교실에 갇혀 화장실도 가기 힘든 저학년 담임교사들에게는 가혹한 시수다.
한 3학년 교사는 "한 두 명의 자녀를 돌보기가 힘들어 빨리 개학했으면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이 한 반에 40명이다.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시간도 쉬는 시간도 초등 교사라면 다 반납해야 한다. 방과후에도 하루 몇 건의 회람과 회의 준비, 보고공문 처리와 연수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수업연구나 자료 준비는 또 언제하나 한숨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는 사정이 더 딱하다. 교사 자원이 절대 부족한데다 잡무 처리를 위해서라도 교담 1명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담이 사라졌다. 특수학급을 포함해 7학급인 전남 두원초는 지난해 1명의 교담이 체육, 미술을 담당해 줬는데 올해는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결국 6학년 교사들의 수업이 주당 29시간에서 올해 32시간으로 늘었다. 그나마 올해는 5, 6학년에도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2시간의 수업시수가 줄어 다행히(?) 3시간만 늘어났다.
6학년 황기민 교사는 "교담의 수업 시간을 이용해 수업준비도 하고 기타 업무도 처리하던 호시절은 다 갔다"며 "지금은 한시간 일찍 등교하거나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 이후 시간을 이용해 잡무 처리와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 교감은 "단학급인 소규모 학교는 동학년 교사끼리 교체수업조차 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시 아이들에 비해 교육적으로 불리한 소규모 학교에 교담을 우선 배치하고 특히 영어 전담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담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배정정원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는 게 일선 교사, 교육청 담당자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강원도교육청 교원인사과 정철 장학사는 "초등 정원을 실질적으로 늘려준다면 기간제 교사를 더 채용해 교담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