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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사발령에 따라 새 학교로 옮기게 됐다. 새 학교에서도 아침마다 안전한 등교를 위한 교통지도가 이뤄지고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의 힘 있는 목소리는 상쾌한 아침 공기와 어울려 생활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손수 빗자루를 들고 학생들과 함께 청소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보인다. 요즘 가르치는 일이 녹녹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이런 모습들이 우리 교육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비결인 것 같다.

오늘도 학교 도서관은 아침부터 문이 열려 있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학급 담임과 도서 업무를 겸해 맡은 기간제 선생님이 책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요즘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는 정규교사와 거의 같은 업무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담임을 하거나 학생부에 소속돼 어려운 학생 생활지도를 맡기도 한다.

교무업무 또는 행정업무를 도와주는 학교회계직은 2년을 계속해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보장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규교사가 될 수 있는 정교사 자격증을 지닌 기간제 교사는 10년을 해도 기간제일 뿐이다.

지난 학교에서 함께 지냈던 기간제 K 선생님이 떠오른다. 기타 연주에 멋지게 노래를 불러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곤 했다. 교내 행사와 교외 체험학습 때 학생들을 인솔하는 듬직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교실환경을 청결하고 질서 있게 유지하고 학생들은 단정하고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해 모두 이구동성으로 K 선생님의 반을 칭찬했다.

K 선생님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늦은 나이에 가르치는 일에 뜻을 품고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다. 기간제 교사의 낮은 처우와 박봉에 가장으로서 갖는 부담도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교사의 모범을 보이고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임용시험 준비에 전념할 수 없어 후배 응시생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교사 수는 OECD 기준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법정 정원도 한참 못 채웠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기간제 특수교사 약 2000명을 비롯해 유·초·중등학교에 4만 명이 훨씬 넘는 기간제 교사가 땜질식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학교 현장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시간선택제 교사’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제도가 우리 교육의 한 축을 수행하는 기간제 교사의 입지를 축소할지 확대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근본적으로 기간제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착한 교육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잘 가르치고 학생들도 잘 따르는 K 선생님과 같은 기간제 교사가 교단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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