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약이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 2009년 16.2%이던 무상급식 학교 비율은 거의 4.5배 증가해 올해 72.7%가 됐다. 예산도 2010년 5630억 원에서 4년 만에 약 4배가 넘는 2조 6239억 원으로 늘었다. 가히 모든 다른 예산을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복지지출은 국민부담률에 맞게
무리한 예산 증액은 학생안전에 직격탄이 됐다. 학교시설환경개선 예산은 2010년 6179억 원에서 2012년에는 2849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60% 정도가 줄었다. 그 결과 노후시설의 보수도 어려워졌다. 전국 초·중·고교 중 긴급히 보수하거나 사용을 중단해야 할 D·E등급 학교가 123개교다.
예산 부담은 신규교원 임용과 교원의 명예퇴직 등 교원 수급의 차질로 이어져 학생 안전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지출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종종 왜 다른 나라보다 복지지출이 적은가에 대해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복지의 수준을 국가별로 비교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국가별로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와 사회보장부담 등 준조세의 정도를 나타내는 ‘국민 부담률’이다.
우리의 국민부담률은 25.9%로 34개 OECD 국가 평균인 34.1%에 비해 낮은 편이다. 우리와 유사한 자유민주주의국가체제를 갖춘 미국(24.0%)과 일본(28.6%)도 국민부담률이 30% 이내다. 유럽은 영국 35.7%, 독일 36.9%, 프랑스 44.1%와 이탈리아 43.0%다. 결국 우리는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 복지지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된 재원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누기보다는 선택적으로 분배해야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평등사회로 가는 길이다. 모두에게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을 평등사회 실현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다.
제한된 재원을 나눌 때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보다 항상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해야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고, 평등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같이 대학까지 개인의 경제적인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육하는 것은 평등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더욱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득이 낮은 계층의 자녀들에게 대학학비와 생활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줘야 이들에게 더 많이 지원해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계층 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보편복지는 양극화 심화시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다른 중요 부문 예산 집행에 영향이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부담하는 국민 부담률 수준(25.9%)에 맞는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안전이나 교육의 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교육 예산지출이 왜곡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무리하지 않게 실시해 나가야 한다.
우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국가에서도 하지 않는 전면 무상급식을 절대선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야말로 합리적 선택복지 제도로 무상급식이 정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물론 이 때 무상급식 학생이 어떤 경우에도 유료급식 학생과 식별되거나 차별되지 않도록 익명성을 보장해 주는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