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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외교육> 교내 휴대폰 "안된다" "괜찮다" 분분

美 학교, 학생 휴대폰 허용 여부 논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

미국의 학교들은 최근 몇몇 주(State)가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완화하고 휴대폰 소지를 허용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자 찬반 논쟁의 가운데서 고민에 빠져있다.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많은 미국 학교들은 초·중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소지하는 것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학교마다 벌칙이 다르지만 휴대폰을 소지만 해도 주말에 학교에 나오게 하거나 혹은 근신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아예 주 정부 차원에서 금지시켜 놓은 경우도 많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건 주 등을 포함한 많은 주에서는 `학생들은 휴대폰이나 기타 전기 용품을 학교에 가지고 올 수 없다'고 법률로 규정해 놓았다.

플로리다 주는 교사가 학생의 휴대폰을 바로 압수하고 학부모가 직접 학교로 와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적발되면 새 학년이 될 때까지 휴대폰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최근 그 규제가 풀리기는 했지만 휴대폰에 대한 제재가 심했던 메릴랜드 주는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삐삐 소지 자체를 `범죄 행위'로 간주했었다. 처음엔 경고 차원에서 끝나지만 두 번째는 학교가 의무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학생에게 2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이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강력한 법이 적용되게 된 이유는 지난 1990년대 학생들이 주로 마약 거래나 집단 폭력 행위를 하는 수단으로 통신 기기를 이용한다는 결론 때문이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의 확산에 더해 2000년 콜로라도 주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동 사건과 지난해의 9·11 테러는 휴대폰의 유용성이 부각되는 기폭제가 됐다. 한 고교생이 학교에 총을 가지고 들어와 학생과 교사에 대한 무차별 살상을 저질렀을 때 경찰에 빠른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과 9·11 테러 당시 가족들의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휴대폰 덕분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해 온 법안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금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소재 한 고교 교장은 "법으로야 금지돼 있지만 전교생 4600여 명 중 약 60 내지 70 퍼센트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며 "이 정도면 교사들이 일일이 빼앗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법대로 처리하기에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 수가 너무 급증하다보니 학교당국도 어쩔 수 없이 가방 속에 넣어두라는 경고로만 끝내거나 아예 휴대폰 소지를 눈감아 주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국의 교육주간지인 Education Week는 "학생들에게 발각되지 않으면 법을 어겨도 좋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꼴"이라며 교육적 차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눈 가리고 아옹' 하기보다는 올바른 휴대폰 사용 예절을 가르치는 게 낫다고 말하고, 맞벌이 가정과 학교 폭력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아이들과 수시로 연락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도 휴대폰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일면서 최근 오클라호마 주와 메릴랜드 주는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 허용 유무에 대한 결정권을 학교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또 미시건 주와 인디아나 주 등 여러 주가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방침을 마련 중에 있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는 학교들은 수업 시간과 기타 학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끄도록 하고 방과후에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몇 개 주와 학구에서 휴대폰을 허용하자 학부모, 학생 일부 교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사, 교육 행정가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국 학교 안전과 안보 서비스센터'(National School Safety and Security Services) 회장은 "혼란을 초래하는
일입니다. 그저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편합니다"라며 휴대폰 허용 법안을 단호하게 반대했다.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도 휴대폰이 수업 활동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수업 중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교사의 눈을 피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는 학생들의 행위는 학급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마약 거래와 폭력 서클 활동을 용이하게 해 학교 내 범죄 활동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9·11 이후 학교에 폭탄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중 휴대폰을 이용한 학생들의 장난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휴대폰을 허용해 골치를 썩느니 아예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국교육연합회(National Educational Association)에서 인터넷 여론 조사를 벌인 결과, 아직도 약 75% 이상이 학생들의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굳이 학생들이 학교에까지 휴대폰을 가져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의 보급이 일반화되고 있는 오늘날 어디까지 그 규제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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