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바른 학생들이 최고의 명장이 되겠다고 열심히 기술연마에 몰두하는 학교. 바로 2010년 도입된 ‘마이스터고’
IMF 경제위기 이후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취업’이라는 설립목적조차 실종된 채, 일반고처럼 80%가 ‘진학’을 선택하는 특성화고 학생들. 준비도 없이 대학에 진학하고 능력도 없는 학생을 ‘무늬만 대졸자’로 바꾸어 주는 많은 대학들. 그 결과 우리나라 청년이 최초로 직업을 갖는 연령은 평균 25세. 독일(평균 19세)과 비교하면 3백만 명 이상이 불필요한 교육에 투자되기 때문에 비용으로 환산하면 수백조원의 기회손실이 발생하는 상황. 한편 금형, 용점 등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한 전문기능분야 젊은 인력이 없어 국가 차원에서 양성․공급하라고 주장하는 산업계. 이런 직업교육 현실의 변화를 위해 설립된 ‘마이스터고’. 이제 신고졸시대의 서막을 열고 있다.
2010년부터 마이스터고로 재탄생한 우리 학교는 기업이 만족하는 우수한 인력 양성, 학생의 능력에 합당한 처우를 해 주는 직장에의 취업, 교사·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교장으로 부임해 처음 한 일은 방과후수업의 활용이다. 우리 학교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3시간 이상 방과후수업이 가능했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 ‘자동차 정비 및 검사 기능사 자격증’을 학생의 97%가 취득하는 쾌거를 한 학기 만에 달성했다. 이를 계기로 학생과 교사 모두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또한 기업에서 중요시하는 ‘인성교육’에 정성을 드린 결과 ‘인사 잘 하는 학교’가 됐다. 복수담임 및 지도교사제를 도입해 교사가 세심히 지도하니 학생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 결과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인사는 학교생활에 만족해야 가능한데, 우리 학교는 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학생만족도 결과 94.2%로 마이스터고 중 1위를 차지했다.
기업측에서도 우리 학생의 태도를 높게 평가한다. 과거 병역필자만 채용하던 벤츠 수입대리점 스타자동차는 학교 방문 후 병역미필자인 우리 학생을 채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중견기업 동신유압 이사는 우리 학생의 태도에 감명 받아 회사 간부를 교육차 우리 학교에 방문토록 한 사례도 있다.
이런 학생과 기업의 변화를 통해 교장으로써 ‘좋은 인력양성은 얼마나 정성을 드렸느냐’와 직접 상관관계가 있음을 깨달았고 자신감도 생겼다.
한편 산업체 출신 교장으로 사명감을 갖고 잘 교육한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닌 결과 현재 107개 업체와 378명 채용협약을 맺었다. 그 중 2010년 삼성전자와 교육부 간 최초의 채용협약을 맺게 한 일, 대졸자만 뽑는 손해사정사로 우리 학생을 취업시킨 일 등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현재 삼성, 현대차, CJ, 두산 등 대기업들은 1학년 말에 우리 학교 학생을 선 확보하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내년도 졸업생의 경우는 이미 취업이 완료됐고 많은 수가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최근 실습 중인 학생을 추수 지도하며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실습생들이 직무, 처우, 복리후생 등에 만족하고 졸업 후에도 계속 근무를 희망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마이스터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학력보다 능력에 따라 처우를 받는 사회 실현’이라는 마이스터고 설립 취지가 확실히 정착되기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고졸 인력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고졸 채용이 전 산업계에 확산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최소 5년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올해 마이스터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정부 지원도 있어 고졸채용이 증가했지만 고졸 인력의 우수성을 인식해 활용하겠다는 기업 관계자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학부모는 물론 일부 중학교 진로지도교사, 담임교사까지 “대학을 졸업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특히 중학교 교사부터 능력중심 사회로 변화한다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앞장 서주기를 바란다.
셋째, 기업도 사원을 ‘소모품’이 아닌 ‘자산’으로 생각해 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