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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전자교과서의 명암

최근에 개봉한 외국영화 중에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재미도 재미지만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작가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옮겨 놓았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이런 판타지 영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현대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달이라 하겠다. 우리 교육계도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학생들이 여러 권의 교과서와 노트를 잔뜩 구겨 넣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 없고, 어디에서나 어떤 과목이든지 편리하게 꺼내 공부할 수 있다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쉽게 풀어 설명해 줄 수 있는 친구가 늘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교육적 상상력을 실현에 옮기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8년부터 전자책컨소시엄이 창립되었고 그 산하 교과서 분과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여러 변수가 있어 개발의 방향과 시기가 유동적이지만, 전자교과서가 실현되면 현재 교실의 수업모습은 상당히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교과서라는 용어는 편의에 의해서, 또는 그 용어가 주는 매력 때문에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웹 상에서 학생들의 학업을
도울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나 교과와 관련된 CD-ROM 타이틀도 모두 전자교과서라는 말로 불리기도 한다.

'교과서'라는 본래의 의미로 본다면 '학교의 교수-학습상황에서 주된 자료로 사용되는 도서'이다. 따라서, 수업 중에 사용될 수 있고, 교육과정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휴대하기 편해야 한다. 전용 단말기도 있어야 한다. 전자교과서는 단순히 종이 책을 디지털화 한 것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돼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문제를 쉽게 설명해 줄 수도 있고, 진단 평가의 기능이 있어 학생의 수준에 맞는 난이도의 과제를 제시하며, 정보 검색기능, 데이터 베이스, 커뮤니케이션 기능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전용 단말기에는 전과목에 해당하는 교과서를 모두 저장할 수 있어 무거운 책가방에서 학생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자교과서는 선형적이며 분절적인 지식을 전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전자소설이 출간돼 화제가 되었지만, 전자책 또는 전자교재는 외국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굵직굵직한 출판사들은 너도나도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뒤질세라 자신들만의 파일형식과 이를 읽을 수 있는 뷰어를 개발해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다.

고전을 비롯한 신간들이 발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고, 5년 내 출판시장의 1/4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PDA와 같은 소형 기기의 보급과 사람들의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독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웹기반 원격교육의 증가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수강신청도 하고 수업을 받는데 교재도 이를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도서관의 확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자교과서의 앞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전자 교과서가 교실에서 이용되려면 모든 학생에게 단말기 또는 컴퓨터가 제공돼야 하고, 교사의 수업 방식을 잘 지원해야 한다. 무단 복제를 막을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제품간 호환성, 단말기의 내구성, 배터리의 수명연장, 기기의 안정성도 확보돼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비싼 가격을 치를 만큼의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가 세계 6위이고, 인터넷 사용시간은 1위라는 모 연구기관의 조사가 보여주듯 IT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됐다. 하지만, 과연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열정이 우리의 교육을 풍요롭게 하고 질을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의문이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됐거나 음란물에 노출된 학생들에 대한 실태를 보면, 오히려 엄청난 공적, 사적 자원을 들인 결과가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만 해치고 학업을 등한시하게 만들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시도가 문명의 해악을 축소시키고 우리교육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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