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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공교육 정상화, 교원 전문성부터 인정해야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공교육 시작과 함께 정규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이뤄져왔다. 사범대와 교대는 영어교원 양성을 위해 영어교육 초반기부터 영어교육과를 설치했고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초등교원 기초 영어연수를 의무화해 모든 교사가 이수하도록 했으며, 여러 사립대학원에서도 조기영어 교육과, 어린이 영어과를 설치해 중등교원과 더불어 초등교원들의 전문성도 함께 신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 결과 초등에서만 보더라도 4만5705명의 초등교육에 정통하고 영어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영어 교원 인력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초등에서 필요한 영어교원의 수인 1만1567명의 네 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어를 담당하는 초·중등교원들의 전문성 신장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2010년 영어 수업시수를 증가시키며 늘어난 시간만큼 교원을 충원해야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영어교사들을 충원해 증배된 시수를 가르치게 하는 대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목아래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도입했다.

왜 2010년에 들어서 갑자기 영어회화 전문강사라는 새로운 이름이 학교 현장에 자리매김해야 했던 것일까? 현직교원의 영어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가령,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제가 있어서인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첫째, 교원의 영어과 전문성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판단력이 심각히 결여된 것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영어교육을 전공한 중등교원뿐만 아니라 초등교원의 영어과 전문성도 이미 충분하다. 2012년 영어교육 현황 분석 연구 보고서-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연구-에 따르면, 영어과 석사학위를 소지한 초등교원은 34.7%, 중등교원은 25.6%에 이르며, 55.6%이상의 초등교원들이 70%이상을 영어로 수업한다. 이런 점은 현직교원의 영어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반증한다고도 할 수 있다. 열정이 없다면 굳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할 이유도 없고, 전문성이 없다면 영어 사용능력이 상당히 제한적인 초등학생에게 70%이상을 영어로 수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원의 전문성은 이미 교·사대 졸업, 임용고사의 합격 등을 통해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교원을 무시하는 것은 국가정책인 교원양성과정, 그리고 국가고사인 임용고사 등 국가교육의 근간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처사인 것이다.

둘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명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초중등 교원 수는 총 42만5000명이다. 현재 초중등학교에 배치돼 있는 영어회화강사는 총 6100명에 이른다. 비율로는 1.4%며 이는 결코 간과할 없는 수치이다. 교사 자격증을 갖추고 임용고사를 통과해 교직에 들어온 교사들에게는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높은 수능점수로 교원양성과정을 이수하고도 바늘귀 같은 임용고사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예비교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처사는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교원집단 안에서 충분히 선발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필요 인원을 굳이 외부에서 교원자격증 미소지자까지 선발하여 해결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교권을 확립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하는 정부조차 교원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영어는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체육은 스포츠 전문강사가, 융합교육은 융합교육 전문강사가 가르친다면, 이제 초등교사는 초등 전문강사, 중등교사는 중등 전문강사로 호칭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현직 교원들도 이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울러 교원의 전문성을 더 강화함과 동시에 정신부터 재무장해 일시적인 편안함에 빼앗긴 우리의 수업권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교과목의 전문강사 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교직은 무언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언가를 ‘잘 가르치는데’ 있다. 교직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갈 역량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숭고하고 의미 있는 직군이며, 교직자들은 그들의 인성까지 아우르며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부디, 전문성을 가진 교원집단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책임감만큼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을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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