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생산 공장의 기계가 멈춰 섰다. 공장 내의 기술인을 총동원했으나 기계를 고칠 수 없었다.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생산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영진은 장인급 기술자를 모셔왔다. 기술자는 고장 난 기계를 몇 바퀴 돌아보더니 몇 군데에 표시를 하고는 표시된 부분에 가서 망치로 세 번 내려쳤다. 그랬더니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장에서는 수선비용을 물어봤고 기술자는 10만원이라고 했다. 경영진은 망치 세 번 내려치고 10만원은 너무 비싼 값 아니냐면서 구체적 수선비 견적서를 요구했다. 기술자는 고장 난 곳을 찾아내는데 9만7000원, 망치로 세 번 치는데 3000원이라는 견적서를 작성해 수리비를 받아갔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 교육감 원치 않아
고장 난 부분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계를 수리한 이 기술자가 그 분야의 전문직이다. 교육기관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시·도 교육의 수장으로 학생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의 경우 더욱 더 교육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 경력이 없는, 즉 교육을 잘 알지 못하는 정치교육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0년 정치권이 국민과 교육계의 의견을 외면한 채 2014년 교육감 선거부터 교육감 후보 자격에 교육 경력을 삭제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정당 가입 제한 경력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최소 5년의 교육 경력도 없애버린 것은 정치인들의 교육감직 진입 문턱을 낮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도 없이 대중적 인지도만 높은 정치인 출신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 이로 인해 교육은 정치에 더욱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무늬만 교육자치일 뿐 교육의 정치 예속화가 더 가속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교육감 후보 자격에 반드시 교육 경력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는 우선,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육이 특정 정당 출신의 유명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 정당의 색채가 투영돼 가치중립적 교육이 이뤄질 수 없고 교육은 정치에 예속된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1992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은 외부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교육자 또는 교육전문가에 의해 주도되고 관할돼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정치권은 헌법정신과 헌재의 결정인 ‘전문적 관리의 원칙’이라는 지방교육자치 제도의 기본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 다음 이유는 교육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교육예산 편성, 교원 인사 등을 포함해 교육에 관한 17개의 중요사항을 관장하는 자리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직접 교육을 해보지 않는 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중요한 교육정책을 문외한이 올바르게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장에 적합하지 않거나 교육적이지 못한 사안을 정치적, 정무적으로 판단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게는 국가자격증을 요구하면서 지방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에게 교육 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다.
교감승진을 위해서는 20년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다. 이런데 교육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인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 경력을 없애는 것은 국민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저버리는 일임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교감되려면 20년 경력 필요한데…
국회는 교육감 후보 자격에 교육 경력을 다시 넣어 지방교육자치법을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교육자와 교직사회단체는 교육감은 반드시 교육경력을 가진 교육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강한 소신을 갖고 함께 뜻을 펼쳐가야 한다. 일몰제로 몰아가버린 교육위원제도 역시 교육자치의 근간을 함몰시킨 일이기 때문에 교육위원 제도를 부활시켜 반드시 ‘단독 의결기구화’해 교육이 인기영합주의로 흘러 정치에 무너지는 현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