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승’ 하면 떠오르는 분은 많지만 마음속 ‘딱’ 하고 날아와 꽂히는 분은 몇 분 안계시다.
오늘 이야기할 선생님은 지금 나의 담임선생님이신 ‘손’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을 만나기는 입학식 때부터 만났지만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건 올해 담임선생님이 되시면서부터인 것 같다. 첫 만남은 특이했다. 1학년 때 국어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은 뽀글뽀글하게 파마한 긴 머리에다가 염색까지 하셨다. 처음 봤을 때는 특이한 선생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유쾌하시고 교육철학이 확실하신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학교 내에서는 검사, 호랑이라고 불리실 만큼 무서운 선생님이다. 물론 나쁜 일을 했을 때다. 평소에는 웃으시면서 잘 대해주신다. 자꾸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어찌 내가 떠오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선생님의 수업은 특별하다. 국어수업은 보통 선생님께서 해석을 하시면서 하는데 선생님은 우리 책상 줄을 사각형으로 네모나게 만드시고 먼저 책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친구들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고 선생님은 중간 중간 좀 더 우리의 생각에 발전할 수 있게 몇 마디 던져주시는 조력자 역할을 해주신다. 지식을 떠먹여주시는 것이 아니라 직접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인 것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할까 생각도 했지만 차차 지날수록 ‘우리를 위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을 보면서 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전까지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계획을 세우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계획에 맞춰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은 틀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워도 지키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을 보면서 계획적인 삶은 틀 안에 박힌 삶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자유롭고 철저하게 만들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을 배웠다.
손 선생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된다. 남은 10개월 동안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을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