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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기자단> 아픔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가자

수업시간이면 유독 정서가 불안하고 교사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수업과는 관련 없는 독설로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학생이 있었다. 여러 차례의 주의와 지시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 내내 교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까지 방해했다. 학생을 타이르고 지켜봤지만 학생의 행동이 계속돼 상담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의 태도와 지시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 묻자 학생은 뜻밖에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요.” 장소를 옮겨 둘만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 학생은 울먹이면서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토록 당당하고 의지가 강해보였던 남학생이 가슴속 응어리를 털어놓으면서 쏟아내는 마음을 접하자 필자의 마음이 많이 아파왔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부친의 지속적인 구타에 이어 형까지 틈만 나면 자신을 때리고 괴롭힐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아픔을 나눌만한 친구도 없어 수업시간에 필자에게 관심을 유도해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일부러 그런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학생의 아픔을 몰랐던 마음이 저려왔다.

큰 충격에 지금까지 30년의 교직생활 동안 행정 처리는 능숙해졌으나 진정한 교사로서의 초심을 잃어버린 채 매너리즘에 빠져왔다는 자괴감이 찾아왔다. 학생들에게 교사의 말을 잘 듣기만을 주문했지, 왜 공부해야만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는 소홀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며 외쳐대는 그들의 몸짓 언어를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진정한 내면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겉으로만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무책임하게 그들을 대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지난 교직생활이 너무 부끄러웠다.

윌리암 아서 워드는 보통 교사와 위대한 교사의 차이는 학생들에게 영혼을 불어넣는데 있다고 했다. 보통의 교사는 잔소리와 말만 늘어놓지만, 위대한 교사는 영감을 불어넣는다. 교사가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하고 바라보며,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고 받아주는 너그러운 선생님을 학생들이 원하고 있다. 내일은 교무실 의자에 앉아 학생을 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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