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육의 대종을 이루는 일반계 고교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왜 일반고가 오늘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일까. 우선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고, 수월성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갖고 출발한 ‘고교 다양화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학생선발 면에서 일반고를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했다. 전기에 뽑는 특목고나 자율고는 성적이 우수해야 가는 학교로 인식된다. 특성화고도 내신이 좋아야 갈 수 있고 학비지원도 많다. 그러다 보니 후기로 가게 되는 일반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대입에서도 나은 점이 별로 없다. 특성화고 졸업생처럼 동일계 특별전형의 혜택도 없다. 그렇다고 뚜렷한 직업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거의 매시간 책상에 누워 있는 학생들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수업을 할 수 없다고 일선 교사들은 호소하고 있다.
아무튼 70%가 넘는 고교생이 재학하고 있는 공교육의 근간인 일반고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우리 고교 교육이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일반고의 교육이 충실히 이뤄져야 다른 계열의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 그러면 일반고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만 전기에 뽑고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는 후기에 동시에 선발하는 방법을 모색해 봤으면 한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취미와 소질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마련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고의 교원수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진학지도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 정부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교육’의 방향이라고도 생각한다. 또,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건이 갖춰지면 일반고는 대입의 부담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해소돼 내실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