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인수위원회가 새로운 정부조직안을 발표했다. 5년 전 교육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목표로 탄생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다시금 기능의 재편에 직면하게 됐고 현재 담당하는 업무 중 어느 범위까지 이관할 것인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22일 인수위가 대학 업무를 교육부에 존치시키는 부처 간 기능조정안을 발표했지만 그 중 산학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는 것으로 발표해 각계의 서로 다른 주장이 맞물리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의 본질적 기능은 교육
대학의 기능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중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교육’이다. 대학의 연구 개발에는 일반적 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는 달리 교육과정, 교육인력 양성 등이 모두 연계된다. 단순히 기초 연구의 과학적 성격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를 교육하고 발전시킬 연구력에 대한 고민을 해 볼 경우 연구와 교육의 융합적 효과를 위해서라도 대학 업무는 교육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학이 본질적으로 ‘교육기능’을 수행함을 고려할 때 대학 업무는 ‘교육’적 차원에서 긴 시간에 걸쳐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 업무는 유·초·중·고 단계에서부터 대학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인력양성체제를 고려해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가 전체차원의 균형 있는 인력양성은 개별 학교급에 대한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고 초‧중‧고교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고등 교육 단계에서 우수 인재 양성을 이뤄내기 힘들다.
또한, 대학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평생학습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평생교육 진흥을 도모하고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최근의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대학에서는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즉, 현 상황에서 평생교육업무와 대학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분리하는 것은 평생교육의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다. 헌법에서는 교육을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교육서비스 지원을 위해서는 학교교육인 유·초·중·고·대학이 서로 연계돼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기관들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학에서는 전 학문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대학을 담당할 경우 인문학, 사회과학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인문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산학협력은 지방대학 활성화의 길
마지막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이 논의되는 산학협력 분야에 대한 업무 역시 대학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다뤄져야 한다. 산학협력은 ‘현장성 있는 대학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고등교육 정책’에 해당한다. 과거 산업자원부, 중기청 등에서 예산 사업 위주로 산학협력을 추진했으나 대학 내에서 산학협력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변경과 연결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던 경험에만 비춰보아도 예산 사업만으로는 산학협력 관련 정책을 정착시킬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지역대학 활성화는 지역 산업체와 지역대학을 연계한 산학협력 정책을 통해 보다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지방대학을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과 지역대학 지원을 분리해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부처에서 이를 연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국정 운영의 철학에 맞춰 정부의 조직과 기능상에 일부 재편이 이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기고 과거 조직에서 축적된 경험이 상실되는 등 혼란이 수반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이 확정된 상황에서 지금 고민해야할 것은 이런 조직 개편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이다.
근시안적 차원에서 성급한 업무 이관을 감행할 경우 국정 운영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인해 5년 뒤 다시금 오늘과 같은 논란과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은 지식경제를 넘어서 창조경제의 시대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또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어떤 방식의 조직 기능 재편이 옳은지 현명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