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선거인 4.11 총선 과정에서 적발된 선거사범이 제18대 총선 때보다 38% 증가했다.
총선 직후인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선거범죄양형기준안을 의결했고 공청회, 관계기관 의견조회, 자문위원회의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8월에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당선무효형 선고가 원칙
새로운 양형기준에 따르면 법원은 매수나 이해유도 행위의 경우 특별한 감경사유가 있는 당내경선 관련 매수에서만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 밖의 일반매수,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매수, 후보자 매수, 당선인에 대한 매수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해야 한다. 또 허위사실공표·후보자비방, 선거운동기간 위반, 부정선거운동 등 대부분의 선거범죄에서도 법원은 특별한 감경사유가 없는 한 당선무효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양형기준은 선거범죄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태도를 지양하고, 엄격한 처벌을 통해 혼탁한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공직선거법 등의 현행 법률에서 선거범죄에 대한 법정형은 상당히 높게 설정돼 있었지만, 법원의 선고형이 너무 낮아 선거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공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법치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법이 제정,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 공직자들은 법을 제정, 적용,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선거범죄를 저지르고 당선이 된 사람들은 이미 법을 위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좋은 법을 제정하고, 공평하게 적용하고 집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법이 허용한 것 이상의 돈을 써서 당선된 사람은 뇌물을 써서 사업권을 따내거나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과 별 다를 게 없다. 이런 사람들이 장차 온갖 이권이나 인사에 개입함으로써 자신이 선거에 사용한 돈보다 훨씬 많은 이득을 거둬들일 것임은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선거범죄로 당선된 사람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 때 유일한 해결방법은 그 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다시 잠그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쓸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뿐이다. 선거범죄를 엄중하고 확실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 낀 첫 단추 다시 잠가야
이와 아울러 선거범죄는 신속한 처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카리아(C. Beccaria)는 확실하고 공정한 처벌과 함께 신속한 처벌이 범죄예방효과를 높인다고 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선거범죄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선거범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됐을 때는 이미 공직의 임기만료가 임박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것은 결국 공직기간 내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마찬가지다.
‘사법은 신선할수록 그 향기가 높다’는 격언이 있다. 아무리 엄격하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게 선고된 형벌은 범죄를 예방하는 사법의 향기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강화와 함께,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검찰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사범의 경우 공소시효 완료일인 10월11일까지 선거전담반 특별 근무체제를 유지하는 등 반드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법원에서도 확정판결에 이르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심리와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판결도 너무 늦게 선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