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성교육실천 범국민운동을 주도하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이 24일 출범했다. 교총이 주도한 인실련은 청소년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의 확산에 발맞춰 사회 각 분야에서 160여개 단체가 함께 발족한 실천연합으로 인성교육을 한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실효성 없었던 처벌 중심의 대책
학교현장에서 인성교육이 부재하거나 미흡하다는 주장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간간이 있어 왔지만 민간주도로 범국민적 인성교육 실천운동을 이렇게 대규모로 전개하는 것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운동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부각된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인한 학생자살 사건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출범선언문에서 밝혔듯이 학교폭력과 자살 등 우리 교육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때마다 문민정부에서부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학교폭력 대책을 주문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돼 대책을 세우는 등 매번 노력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이 다른 동료 학생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아 그동안의 대책이 실효성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져왔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신고체계 구축과 처벌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그동안의 대책은 가해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을 억제하는 것일 뿐 공격적 심성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에 대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가해 학생들은 내면화된 공격성을 특정 상황에서 폭력적 행동으로 표출한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한계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인실련이 전개하는 인성교육 실천운동은 그동안의 학교폭력 대책이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인성교육 실천은 가해 학생들이 학교 내외에서 폭력적 행동과 공격성을 학습하는 기회를 최소화함은 물론 우리가 배우고 익히면서 실천해야 할 덕목과 행동양식을 경험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격성보다는 배려 배울 수 있게
인실련은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 인성 덕목을 구체화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엇보다도 타인 존중이라는 덕목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것을 그 실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정에서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폭력적 언어나 행동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그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 방송 드라마에서도 가시성이 높고 영향력이 큰 인물들은 약자를 무시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와 행동을 배움으로써 공격성보다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학습하고 기르게 될 때 인성교육의 기반이 튼튼하게 마련돼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주도로 전개되는 범국민적 인성교육이 학교를 비롯해 우리 사회를 상호간에 더욱 친밀하고,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고,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며, 더욱 협동하고, 전인격적인 유대관계가 맺어지고, 신뢰가 싹트고 꽃피는 사회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