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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 안전사고와 교사의 처벌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경우와 교사가 학교 과학실에서 실험하다 감독 소홀과 학생들의 부주의로 사고를 내 학생들이 다친 경우 중 어느 쪽이 형법에 의해서 처벌받을까?

자동차를 부주의하게 운전해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게 한 경우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제기조차 안되지만 교사가 학교에서 실험을 하다 사고가 나 학생이 다친다면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학생 돕다 전과자 되는 현실

중학교 과학 교사가 여름방학 중 과학영재반 실험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부탁을 받고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던 중 자료검색을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들이 불이 꺼진 줄 알고 알콜 램프에 알콜을 붓다 불길이 치솟아 한 학생이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게 됐다. 해당 교사는 학생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 위반을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교사는 학생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실험하겠다는 학생들의 부탁을 기특하게 여겨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도와주다 사고가 나서 졸지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치료비를 보상받았지만 선생님은 5000만 원 정도의 치료비에 대해 안전공제회가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학교안전공제회가 생긴 이후로 교사에게 실제로 구상권을 청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니 막대한 금액을 물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을 위해 실험을 하다 학생들의 부주의에 의해 사고가 난 경우의 담당 교사는 처벌되고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처벌되지 않는 현실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운전자가 사고를 낸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의 11대 중과실이나 뺑소니, 음주측정거부 등의 단서조항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하지 않았고 보험이나 공제회에 가입돼 있다면 검사는 공소권이 없다. 공소제기를 했다 하더라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이 법 제정 당시 입법제안자인 내무부장관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자동차의 운전이 국민생활의 기본요소가 돼가는 현실에 부응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돼 있다. 현대사회에서 필수품인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누구나 사고를 내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는데 이때마다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돼 처벌을 한다면 불필요한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안전사고 공소권 제한 필요

학교의 경우 자동차 의무보험제도와 유사하게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교는 의무적으로 학교안전공제회에 가입해야 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경비를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치료비 등은 학교안전공제회가 지급해 주기 때문에 굳이 교사를 형사 처벌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교내에서 교사를 폭행한 경우 가중처벌 하는 교권보호법의 제정이 1980년대부터 논의됐으나 무산됐고 최근 한국교총이 교권보호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권보호법이 제정된다면 교사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도 필요하겠지만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는 교사의 직무 중에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우선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한 상해도 처벌되지 않는데 학교에서 실험하다 사고가 난 경우 교사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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