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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여학생들의 ‘은따’를 아십니까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국무총리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전국을 돌며 “필통톡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모, 학생, 교사와의 소통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교육현장의 여러 가지 모습에 귀 기울여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식의 개선 없이 피로감만 더해가는 상황에서도 ‘폭력’으로 인식되는 ‘폭력’만을 잡으려는 교육당국과 경찰의 모습을 볼 때 과연 우리 교사들이 무엇을 했나 하는 마음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기존의 학교폭력을 바라보던 틀로는 지금의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도, 근절할 수도 없다. 한 예를 들면 언제부터인가 학교 현장에 슬며시 들어와 이제 독버섯처럼 만성적이고 광범위하게 번진 학교폭력 형태 중 하나로 ‘은따’라는 것이 있다. ‘은따’는 은근한 따돌림의 줄임말로 대놓고 따돌리는 ‘왕따’와 대비된다.

특히 여학생들 중심으로 발생하는 은따는 명확하게 폭력이라고 드러나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고통 받고 있다. 교실 문을 들어서면 수근거림을 시작으로 감시와 욕설이 이어진다. 물론 겉으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듯해도 자신을 찍어놓고 하고 있다는 것을 피해를 당하는 학생은 알고 있다.

때리거나 욕설을 하지 않지만 친구들이 모여 해당 학생에 대한 뒷말을 일삼는다. 급식시간에는 심부름을 시키거나 따로 먹지 않지만 같이 먹는 척하면서 옆으로 등을 돌려서 먹는다던지 일부러 급식을 다 먹지도 않았는데 혼자만 남겨두고 자리를 뜨기도 한다. 갈취도 하지 않지만 학급 학생들에게 “돈 필요하면 누구에게 말해보라”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복도에서 우연을 가장해 길을 가로막는다든지, 카카오톡 단체 채팅에 불러서 장시간 동안 과거 알고 있던 사생활을 문제 삼아 대답하라고 요구하고, 나댄다고 모함하기도 한다.

이런 은따는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의 고민은 더 심각하다. 특히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는 달리 숨어서 집요하게 집단화해 심리적 폭력 휘두른다. 때리고 갈취하는 폭력보다 더한 심리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사회의 암적 요인으로까지 번진 이런 심리폭력을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다.

그런데 현실은 수업시간의 정상적인 훈육도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이런 갈등이 다시 교사의 과잉지도 혹은 무관심으로 왜곡 보도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는 상황이라 생활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은 더욱 움츠려 들고 있다.

학교폭력근절 정책의 내용을 봐도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복수 담임제도를 도입해 생활지도 여건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듯이 교육현장과 너무나 먼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현장에서 복수 담임을 할 인적 자원도 없고, 누적된 학생생활지도 기록을 생활지도에 활용한다는 내용도 생활지도의 본질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사실 대다수 학생이 지도교사를 무시하거나 반항하고 어떤 훈육적 언어도 부정적 시각으로 인식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이런 대책들은 교사들의 절망감만 더한다.

학부모와 상담 과정도 비슷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학부모, 학교에서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는 식의 무관심한 학부모, 불가피하게 전학을 권유해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런 학부모를 대상으로 야간이나 주말에 특별교육을 개설하는 등 학부모교육을 확대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무척 바람직해 보이지만 실상은 문제 학생의 학부모가 학부모 교육에 참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지만 정말로 더 큰 반발 없이 그런 일이 가능할지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물론 지금 우는 소리를 하며 교사가 생활지도를 못하겠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교사라면,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활 지도는 멈출 수 없다.

은따나 왕따와 같은 갈등을 방지하려면 서로 미래를 위한 설계를 도와주고 상생하는 관계가 아름답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청소년을 위한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주는 교육으로 학생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힘들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더 큰 사랑으로 다가서는 것이 답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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