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요즘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이 안전한 생활에 대한 위협, 교우 간의 갈등, 수업 시간 경시, 용의 불량, 이기적 생활, 습관화된 비속어 사용, 교사지도 불응 등의 문제가 수시로 노출되곤 한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큰 비중의 교육력을 투입해 행동 수정과 바른 인성 내면화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에서 전개한 다양한 인성교육활동 중 3학년 1반에서 했던 ‘학급 규칙 만들기’ 프로그램 활용 수업을 참관한 소감을 동료 교사들과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규칙의 필요성 먼저 공감해야
‘학급 규칙 만들기’ 프로그램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블록타임으로 운영해 시행했다. 네 명씩 8개 모둠을 구성한 후, 먼저 준비된 자료를 읽게 했다. 자료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일부분이었다. 자료를 보고 무인도에 표류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처음에는 규칙을 정하고 지키다가 나중에 서로 분열이 생겨 규칙을 지키지 않게 된 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예측해보게 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이 섬에 남은 아이들이었다면 무슨 규칙을 만들었을지 모둠에서 논의한 후 발표하게 했다.
다음은 자신이 속한 학급의 장점과 단점 생각해 보도록 했다. 학급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 자신들이 원하는 학급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토의와 발표를 했다. 많은 학생들이 자기 학급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핵심을 지적하며 창의적인 극복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놀라웠다. 담임교사의 지적이 아니라 학급 구성원인 학생들 스스로가 제시한 의견은 “우리 학급은 너무 소란하다”로 집약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모둠의 발표마다 동의하고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중에 담임교사에게 확인해 보니 학생들이 원하는 학급과 담임교사가 원하는 학급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음 활동은 모둠별로 학급 규칙 하나를 제안하고 그 제안 이유와 벌칙을 결정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제안된 규칙과 벌칙에 대해 찬성과 반대 토론을 통한 수정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규칙들은 수업 시간에 졸거나 떠들지 않기, 교과교실 수업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책상에 낙서하지 않기, 교복 바르게 착용하기, 파마와 염색하지 않기, 선생님께 공손한 말투로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등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쓰고 서명한 서약서를 갖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선서식을 가지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스스로 만든 규칙을 수행하는 일만 남았다.
학생들이 직접 찾은 답 수용도 잘해
활동 과정에서 몇몇 장난스러운 제안이나 발표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지적과 대안에 적잖이 놀랐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이 매우 진지하게 활동에 임했기 때문에 지도 교사 역할은 진행 절차 안내, 토의 독려, 칭찬, 격려 등이 전부였다.
특히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토론과정에서 평소 규칙 위반이 심한 학생들 몇몇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자 전혀 불평 없이 수용했다는 점이다. 문제점과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토론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학생들 스스로 찾아가며 깨닫고 결정하는 장(場)을 마련해주는 교육으로 안전하고 바른 인성을 가진 학교공동체를 지향하려는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