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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학교장 청렴도 평가

금년 하반기에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의 학교장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국 학교장 청렴도 평가는 해당학교 교직원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평가는 학교경영과 관련 학부모나 관련 업자들로부터 금품 수수 여부, 액수, 횟수 등을 중심으로 작성된 설문으로 구성된다. 평가 영역은 주로 찬조금, 촌지를 비롯해 취약 분야인 방과후 학교, 급식, 시설공사 등 금품수수 우려가 있는 전 부문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의 금품 수뢰 액수도 1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단계별로 나눠 교직원과 학부모들에게 설문할 계획이다. 전수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올 하반기 실시할 전망이다.

교육 당국은 학교장 청렴도 평가 결과를 학교장 평가에 반영, 점수가 낮은 교장은 승진이나 성과급, 학교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권익위의 전국 학교장 청렴도 평가는 그 실행 과정에서 큰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또 교육의 일선 선봉장인 학교장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나아가 강력한 반발을 살 개연성이 높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행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학교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부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학교장에 대한 평가는 학교경영평가, 근무성적평정, 교원능력개발평가 등 다면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청렴도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현장의 입장에서는 옥상옥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특히 학교장도 일반 교원들과 마찬가지로 학부모들로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받고 있는데, 굳이 청렴도 평가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는 학교 조직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농후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모름지기 훌륭한 학교 교육은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교직원과 학부모들에게 학교장의 금품수수 여부와 액수를 설문하면 구성원 간 위화감이 조성돼 그 소통과 협력의 분위기가 깨지게 돼 있다. 더러는 교직원과 학부모의 부정한 응답이나 무고로 순수한 학교장이 상처를 입을 개연성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 모든 평가는 발달적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 굳이 평가를 시행한다면, 불이익만 줄 것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 묵묵히 학교경영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학교장들에게는 사기와 보람을 앙양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성적이 낮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선발적 평가관에서 벗어나, 오히려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로 우대를 하는 발달적 평가관이 학교장 청렴도 평가에도 우선 담보돼야 한다.

끝으로, 모든 교육정책은 여론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바탕 위에서 시간을 두고 입안·시행돼야 한다. 이번 학교장 청렴도 평가 전수 조사 역시 여론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또 일정 기간 표본 조사를 거친 후 이를 모니터링해 수년 후 전수 조사로 확대하는 등 연차적 시행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장들에 대한 평가 압박보다는 자정(自淨) 지원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와 규정 속에서도 공직자인 학교장들은 촌지, 찬조금, 발전기금 등 부정한 금품을 일체 수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부분의 학교장들은 이를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결국 권익위의 전국 학교장 청렴도 평가는 그 취지를 십분 이해하지만, 그것이 쇠뿔 뽑으려다 소를 죽이거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위험이 잇다.

그렇기에 보다 합리적인 방법과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의견 수렴을 하고, 시행 시기를 조절하고,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 외의 합리적 방법을 강구해 학교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떠한 경우에도 이 땅의 참스승으로 존경받는 학교장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평가로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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