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강사가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지원하는 강사라는 이유로 오직 언어만 가르치는 강사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재 이중언어강사는 일선학교에서 다문화 이해교육을 포함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중언어강사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 교과 학습 적응 지원, 중도입국학생을 위한 통·번역 지원,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교육, 다문화 가정 학부모 상담 및 통·번역 지원, 학교와 지역 사회 안에서의 다문화 행사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 6개월간 900시간의 이중언어강사 집중교육을 받고, 서울시 관내 초등학교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3년 동안 교육청 산하 일선 학교에서 이중언어강사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들을 말하고자 한다.
이중언어강사 사회통합 역할 해야
첫째, 학교 현장에서 이중언어강사의 활동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중언어강사들은 늘 편견의 대상이었던 다문화가정 구성원에서 출발해 자신의 강점을 살려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점에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적응한 경험과 자부심, 그리고 기회를 준 사회에 대한 감사를 갖고 있다. 이런 이중언어강사들이 자신들의 배경과 경험을 살려 교육할 때 학생들은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피상적인 타문화 이해교육’이 아닌 진정한 다문화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국제이해교육이다.
둘째, 이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자아정체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중언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교육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토대가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 중에는 처음에는 부모님 중 한 분이 외국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국어 교육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알게 되고 부모님의 이야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다문화적 배경을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셋째, 이중언어강사들은 선생님인 동시에 다문화가정의 학부모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보살펴 주는 이모가 되기도 하다. 방과후 학습지도를 받으러 오는 학생들은 학업 성적 부진 이전에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학습지도는 다른 선생님이 할 수 도 있지만 이중언어강사는 다문화가정 학생과 더 많은 공감을 토대로 대화를 하며 상담의 장을 만들 수 있다.
지난 해 학기 초에 방과후 수업에 와서 ‘선생님 내 얼굴이 때려주고 싶게 생겼어요? 왜 나만 보면 쫓아올까요?’라면서 힘들어 하던 학생이 있었다. 실제로는 아역배우처럼 잘생긴 이 학생은 상담을 통해 2학기부터 친구관계가 좋아질 수 있었다. 사비를 들여 간식사주기는 기본이고, 위생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은 설득해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도 손질하고 옷을 사 입히기도 하고, 방과후 수업 수강비를 대신 지급해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은 이중언어강사의 학생에 대한 사랑과 이 직업에 대한 열정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직업 안정성과 편견 극복이 과제
이런 이중언어강사들을 통한 교육이 정착되려면 해결돼야 할 문제들도 있다.
우선, 이중언어강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수교육과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교육교재 제작이 필요하다. 일선 교사들은 겨울, 여름방학을 이용해 연수를 받지만 이중언어강사는 연수 기회가 거의 없고 연수를 하려면 민간업체에서 사비로 연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교재가 많지 않아 자료를 직접 수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중언어강사가 이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 없는 관계로 사비를 들여 교재나 교구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이중언어강사들은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 해가 지나면 재계약이 가능할지 불안해 한다. 필자도 3년째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해왔고 주당 22시간의 수업을 하고 있지만 2012년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월급이 삭감됐다. 한국인도 취직 못하는데 외국 출신이 취직을 하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중언어강사들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자녀를 키우면서 계속 한국 국민으로 살아갈 분들이다.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민으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
이중언어강사로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받아온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학교에 배정돼 업무에 서툴고 어려워하는 이중언어강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해 주시며 용기를 북돋아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중언어강사들을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중언어강사들에게 힘을 실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더욱 성장된 이중언어강사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