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 시스템, 에듀팟이 활성화 됐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학생이나 교사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단 한 명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 울상만 지을 뿐이다.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증대하는 나만의 보물단지라고 홍보하는 에듀팟이 학생은 물론 교사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에듀팟은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다. 디자인에만 크게 신경을 썼지 실제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복잡할 뿐이다. 최적화된 인터넷 환경을 접하던 신세대 청소년들이 에듀팟을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 에듀팟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걸 보니 보안에 꽤나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보안시스템이 학생들의 에듀팟 접근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많은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해야 하다보니 이것저것 설치하다가 정작 에듀팟은 제대로 실행도 해보지 못하고 컴퓨터를 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학교장이 승인한 활동만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벗어나 학생이 자유롭게 활동을 찾아 참여한 내용을 기록하고 나만의 스펙으로 쌓는 것이 에듀팟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에듀팟 승인관련 내용을 보면 사전에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외부활동만 기록할 수 있다. 지나친 사교육 경쟁과 새로운 고액 특색활동 양산을 방지하기 한 지침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적 활동 기록을 막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단체가 늘어나는 추세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자신이 활동한 기록 하나라도 빠짐없이 에듀팟에 기록하라’는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들도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에듀팟을 작성한다 해도 반영하는 특목·특성화 고등학교와 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에듀팟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제출할 포트폴리오는 어차피 따로 작업을 해야 한다. 에듀팟 입력이 헛수고가 되는 셈이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입학사정관 응시 학생들이 입시철만 되면 박스에 서류철을 가득 담아 택배로 부치는 현실을 에듀팟 하나로 압축하여 평가할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아직도 대학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는 학생들을 속인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생들이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 만큼 선생님들의 고충도 크다. 수백 장에 이르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와 가지각색의 특색 활동을 승인하기 위한 도움말은 부족하다. 에듀팟 기능만 수없이 나열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게 가이드라인인지 홍보자료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이다.
교사들에게 에듀팟을 관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학생이 에듀팟에 기록을 남기면 “너 정말 이 책 읽었니?” 혹은 “이번 봉사를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이니?”와 같이 에듀팟 기록물에 대해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에듀팟 관리를 위래 로그인하려고 하면 그냥 답답하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연간 수십억이 들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운영에 들어가는 금액이 이렇게 큼에도 쓰임은 너무나도 저조하다. 교과부는 “90% 이상의 학교와 학생들이 가입했다”고 자랑하지만 활용률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라도 에듀팟 운영의 현실을 재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과 교사를 위한 적절한 매뉴얼 마련을 비롯해 학생과 교사가 에듀팟을 통해 다양한 특색활동을 이야기 하고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본래 취지를 잘 살려 개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