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교육의 위기가 다시 거론되고 교육이민까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교육이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경쟁력에 절대 불가결한 관건인데도 우리의 교육현실이 이에 따라가지 못한데서 오는 현상이다. 이러한 교육난국을 극복하려면 앞으로의 교육개혁이 그 기본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듯하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먼저 우리 교육이 지향하고 목적하는 교육이념이 바로 세워지고 실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념에 대한 전체국민의 정신적·이념적 합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국민과 정부의 협력으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주권자, 기본권, 주체, 공의무의 담당자로서의 국민의 위상과 역할을 규정해 교육이념의 전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는 우리의 교육이념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정권이나 관계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제도나 정책이 실험대에 오르지만 매번 실패하는 것은 교육이념과 목적의 실천에 대한 국민의 명확한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여 국민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데 기인한다. 이런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학부모와 교사)의 대표와 정부의 관계자가 공동 참여하여 교육의 제도와 재정, 그리고 교원의 지위 등 교육기본사항에 관한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는 `국가교육정책회의'(가칭)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는 헌법 제31조 6항을 근거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신설할 수 있다. 이 협의기구는 국가교육에 관한 최고정책의 수립기구로서 교육입법안의 국회제출권까지 가져야 한다.
둘째로, 국민에게 제공할 교육내용으로서 민주사회와 민족공동체의 공동생활양식인 시민문화가 형성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이런 시민문화의 토대가 없으면, 교육의 내용이 부실해지고 교육은 실패하게 된다. 현대는 Toynbee의 말대로 물질문명은 고도로 발달하고 정신문명은 쇠퇴하여 전인교육과 시민교육이 벽에 부딪혀 있다.
우리 헌법은 `국가는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 민족문화를 창달하여야 한다'(제9조)고 선언하고, 이에 필요한 양심·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국가의 건설은 국민과 정부가 협력해 신지식과 첨단 기술의 연구, 개발에 지속적 투자를 해나갈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변화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미래사회의 신문화를 신속히 수용,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가는 학교교육 외에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평생교육을 진흥하고 또 국민에게 자유와 창의를 스스로 발휘할 능력을 배양하는 자주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로, 교육의 고유기능이 활성화되려면 국민과 정부간에 교육역할의 합리적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학부모의 자연법 및 관습법상의 자녀 교육권과 교육책임은 우리 교육기본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제13조). 그런데 근대이후 공교육제도가 정착되고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학생교육권은 교육전문가인 교사에게 위탁되어, 오늘날에는 공교육의 책임이 전적으로 학교와 교사의 몫으로 되어 버렸다. 그러나 교사의 교육권 내지 교육의 자유는 학부모의 불합리한 간섭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이에 최근 우리 교사들의 정치활동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헌법 제31조에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로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치적 중립성'을 교사의 정당가입 및 정당활동 참가의 `금지'로 해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교육기본법 제6조에서는 교육의 고유기능 달성을 위해 교육의 정치적 이용을 금지하고, 제14조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 반대하기 위해 학생의 지도, 선동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가 국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이나 양심과 학문의 자유의 행사를 위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정당법 제6조에서는 대학교원에게 당원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상 초·중등 교사에게도 이를 확대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