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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교사' 될 건가 '나꼼수' 될 건가

선거의 계절에 부쳐

이제 두 달 반만 지나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된다. 선거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민주공동체에서 중차대한 행사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분명 시민이 정치공동체의 주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가장 뚜렷하고 엄숙하게 드러나는 이벤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선거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선거란 운동경기와 비슷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다른 두 편으로 나뉘거나 혹은 세 편, 네 편으로 나뉘어져 격렬하게 다투는 경기이며, 바로 이 다툼의 과정을 거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이처럼 승패가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에 선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너와 내가 함께 승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 아니라 너의 불행이 내게 행복이 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기에 온갖 쟁점들을 놓고 무한대로 격돌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치열하게 다툴만한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이념적으로도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극렬하게 다투고 있는가하면 지리적으로도 수도권과 지방, 혹은 영남권과 호남권의 균열이 있으며, 세대별로 보아도 자녀세대와 부모세대가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전 방위 다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경합과 분열, 대치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더 격렬해지고 이제는 SNS시대라고 하여 그 역동성 까지 더해지면 검투사의 경기와 같은 살벌한 경기가 벌어질 가능성조차 농후하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계는 어떤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하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하나. 교육계는 선거에 있어 어느 편이 이기느냐, 어느 편이 지느냐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공정성과 공익성 혹은 절제와 같은 시민정신이 선거의 상황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 교육계도 어느덧 정치적으로 오염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적인 투쟁에 한 축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교실에서 특정 교사가 이념적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소리 높여 칭송하고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서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험담을 해대는 일이 일상화됐다. 이런 경향이 하도 심하니 참지 못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 교사들은 자신의 비교육적인 언행을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하기 보다는 격분해 동영상을 찍은 학생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역부족일 경우에는 수업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했다고 둘러대기 일쑤다. 하지만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편향성을 절제하지 못한, 교육자로서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선거의 계절이니 노골적으로 정치와 이념의 편향성을 띤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래서 교실 자체가 이념과 정치의 선전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자는 순진무구한 우리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놓고 이념과 정치, 정당 편향적인 수업을 하는 것처럼 비겁한 일도 없다. 그것이야 말로 학생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교육자가 천직과 같은 자신의 직무를 포기한 체 ‘나교사’가 되기보다는 ‘나꼼수’가 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정말로 자신의 이념적․정치적 소신이 당당하다면, 교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고 성인들의 평가를 받아야지 선생님 앞에서 주눅이 들어 대답조차 못하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안방에서 활개 치는 행위'를 방불케 할지언정 부끄러울 게 없는 지성과 교육의 행위는 아니다.

우리의 학교와 교실은 정치나 이념으로 오염되기에는 너무나 신성한 곳이 아닌가.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이때다' 싶어 교실에서 이념적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이란 정치와 이념을 넘어 학생의 인성과 지성을 바르게 인도하는 엄숙한 일임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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