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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목표와 평가 잣대 불일치에 표류하는 학교

학교평가 후속컨설팅에 부쳐

학교는 사람들에게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아주 우수한 성과나 미담사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 학교는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요즘처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 되면 마치 일진회가 모든 학교의 교실을 장악해 학생들이 항상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고 교육적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무기력하고 비겁한 방관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갖는 학교에 대한 생각도 천차만별이다. 교사들의 따뜻한 격려와 보살핌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학교는 가고 싶은 좋은 곳일 것이고, 그와 반대인 경우는 불만을 넘어 증오와 멸시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생각하기도 싫을 수 있다.

학교에 대한 불만은 대체적으로 학교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국민 대다수가 각별한 교육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학교와 교육당국에 대해 불만과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려움은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불만의 내용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모순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진다. 그래도 학교는 감당할 수 있는 한 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적인 기관에서 학교와 교사들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내용과 수준은 개인들이 기대하는 것과 사뭇 달라야 한다. 학교에서는 공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과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와 내용 간에 모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즉, 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과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내용 및 방법이 상호 합치되고 일관돼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한다는 교육목표를 설정해놓고도 실제로는 상급학교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교별로 교육목표, 교육과정, 지원체제 간에 체계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상급학교 입시가 그 학교와 교실, 구성원의 인식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면, 아예 목표를 바꾸거나 아니면 내용을 바꾸는 것이 옳은 처사다.

교육청에서도 교육지표 등을 통해 겉으로만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관내 학교가 과도한 학력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면 학교에서는 학급 간, 교사 간에 무리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된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부담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넘어간다.

교육청이 인성 교육을 부르짖으면서도 학업성취도 위주의 획일적인 잣대로 학교나 교원을 평가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혼란과 부작용이 생긴다. 모순되고 비정상적인 일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면 불신과 무기력증이 커져 결국 교육공동체 모두가 피해가 될 것이다. 교육의 목표와 실천 내용이 괴리될 경우 기능부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지(智)·덕(德)·체(體)의 조화로운 교육,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이라는 큰 과제를 국민과 학교에 제시했다면, 이렇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목표가 학교현장에서 왜, 어떻게 왜곡되고 변질되고 있는지 현상과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파악해야 한다. 국가의 목표대로 지·덕·체를 조화롭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근원적인 문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 요소와 문제점을 제거해 균형감 있고 건강한 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풍토도 필요하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관련 해법 마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들과 직접 대면해 교육하는 교사들도 교실에서 목표와 내용을 일치시켜 나가야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존중과 배려, 소통과 나눔이 진정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또한, 창의성과 인성 함양이 교실 밖에서의 개념적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학생들의 삶속에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상호협력과 정보 교류를 통해 공동으로 해결해나가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 즉,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이 절실하다. 필자가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주관한 학교컨설팅에 참여해 몇 군데 학교를 다녀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소감이자 필자 자신의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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