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고 싶으냐고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싶으냐고 중학생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아니랍니다. 중학생이 되기 싫고, 고등학생이 되기 싫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건 공부할 양이 많아지는 게 무서워서랍니다. 공부 때문에 성장 자체를 멈추고 싶다니 예삿일이 아닙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밤참을 설쳤던 일,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고등학교 새 교복을 입었던 추억이 겹쳐 떠올라 씁쓸하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공부가 짐스러우니 학교도 즐거운 곳이 못 됩니다.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 삶이 재미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책도 재미있게 읽고, 일기도 재미있게 쓰고, 토론도 재미있게 하고…. 그래서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 다녔던 학교이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 살아온 이 세상을 지레 겁부터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레는 가슴으로 고등학생이 되고, 조금은 뻐기고 재는 마음으로 대학생이 되고, 얼른 결혼하여 아빠 엄마도 되고 싶고…. 이런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오늘을 당차게 살아가는 학생들을 기대합니다.
방학을 앞두고 교내 7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습니다. 올해를 되돌아보고 내년도를 설계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새해부터는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는 교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지 않기로 했습니다. 네모난 컴퓨터 모니터에 꽂혔던 시선을 동그란 아이들 얼굴을 보며 눈맞춤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아이들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컴퓨터가 수업 과정에서 중심에 버젓이 앉아있는 요즈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첫째 시간 수업 준비는 전날 완벽하게 해놓아야 합니다. 아무리 급하고 바쁜 일이라도 아이들 등교 시간 전에 끝내고 아이들이 올 때는 컴퓨터를 ‘똑’ 꺼야합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그렇게 하기로 함께 다짐을 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옮겨간 눈길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파장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 등굣길 발걸음이 좀 더 씩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재미있게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