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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일작업의 중심지는 학교"

KEDI `북한 교육의 현실과 변화 전망' 세미나

'분단 50년의 이질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학교교육이었다면, 향후 통일작업의 중심기능도 역시 학교교육일 수밖에 없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개최한 `북한 교육의 현실과 변화 전망' 세미나는 이런 논점에서 최근 북한 교육의 현실, 변화 동향, 개혁과제를 짚어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현실=`북한의 교육환경과 교육활동'을 발표한 윤종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탈북자들과의 면담 및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 초·중등학교의 교육환경과 열악한 학교생활의 단면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유치원(1년)-인민학교(4년)-고등중학교(6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사가 바뀌지 않는 중임제를 원칙으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목은 국어, 수학, 혁명역사 등 필수과목과 사상교양과목으로 나뉘는데 특히, 1990년 이후 개설된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북한은 각 지방 단위 군 소재지 별로 인민학교 1개교, 고등중학교 1개교를 원칙으로 설립·배치하는데 98년부터는 각 시·군마다 제1고등중학교를 별도로 설치해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대부분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에 배치되거나 군인이 된다.

학교의 양적 체계를 갖춘 북한이지만 그 질적 수준은 붕괴상태다. 1990년대 이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교실에서는 물리, 화학 실험이 진행되지 않는다. 교실당 1, 2개의 온열전구만 설치돼 있어 수업은 주간에 모두 끝내야 할 형편이며 냉방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겨울철 난방을 위해 책걸상을 장작으로 사용하거나 학부모에게 손을 벌려 연료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

교과서와 참고서, 학습장 등 학용품도 절대 부족해 국가의 무상교육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보유한 학생은 30% 정도여서 3, 4명의 학생이 함께 보도록 학습반을 조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평양과 도 소재지 일부 학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학교는 스팀 난방을 실시할 정도로 교육자원이 풍족해 지역간 교육 편차가 심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교원들도 최근에는 식량배급이 충분치 못해 30∼50%는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농사일, 과외 등 부업에 나서고 있어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부모가 교원에게 선물이나 뇌물을 제공하는 일이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교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식량이나 의복을 선물하는 추세다.

윤 박사는 "평양 등 대도시 지역은 최첨단 컴퓨터 혁명까지 구상하는 교육개혁이 추진되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전기조차 공급이 안 되는 교실붕괴 상태에 직면해 있고 교사는 부업에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교육개혁은 교육재정 등 물적 기반에 대한 발상 전환과 고통해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신효숙 서강대 교수는 `최근 북한 교육의 변화 동향' 발표에서 `주체형 인간'의 정치사상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교육 법·제도의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개혁·개방이 불가피한 북한이 과학기술개발에 힘을 쏟기 위해 교육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초중등 `수재학교'와 대학내 `수재반'을 편성하는 `수재교육체계'의 확립이 대표적 예다.

또한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변화가 실용적 교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1고등중학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교육, 영어·일어·중국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교육이 강화되고 있으며 일부 대학과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일반 고등중학교에서는 농촌, 어촌, 도시공장지대 등 지역적 특색과 요구를 반영한 선택과목 교육을 실시해 기초 기술·지식을 습득시키고 있다. 이러한 학교교육의 변화에 있어 주목할 점은 학생의 `실력'에 기초한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개인의 `실력'보다는 `출신성분'과 `당성'을 더 중시함으로써 우수 인재의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996년 김정일 서한에서 "대학생 선발과 배치에 있어 실력본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든지 1999년 교육법에서 "고등교육 또는 수재교육 부문의 학생모집은 `실력'을 기본으로 할 것"을 제시함으로써 성취주의, 경쟁주의로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력에 기초한 선발의 전형은 `수재교육체계'의 수립에서 보여진다. 물론 아직도 당성과 출신성분이 좋은 가정의 자녀들이 노동자·농민의 자녀보다 수재학교에 들어가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최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수재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들어가는 학교로 인지되어 가고 있다.

이미 일반 인민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거나, 경시대회에서 순위 안에 들어간 학생들을 뽑아 수재학교로 편입시키거나, 또는 군·구역 단위 제1고등중학교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을 별도로 선발해 도·시 단위의 제1고등중학교로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효율성'을 준거로 한 전향적인 교육의 변화가 수재교육과 일류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재학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학부나 컴퓨터 교육과정이 신설되고 금년에는 컴퓨터 수재교육기관까지 신설됐다. 북한은 체제의 발전을 지탱해 줄 정치사상성과 과학기술을 겸비한 핵심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해 제1고등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수재학교를 급속히 확대하고 일류대학에 대한 집중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과제=`북한교육의 현실과 개혁과제'를 발표한 김동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교육제도 △교육내용 △교육방법을 평가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북한은 교육내용에 있어 유치원 과정부터 `혁명전통교양'이니 `주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의 사고를 획일화 하고 있다.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가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에 기초해서 전면 재구성되고, 한국 현대사가 김일성 가계사로 변질된 것도 큰 문제다. 김 교수는 "각급학교 교과내용에서 왜곡된 민족사의 내용을 수정해야 하고 모든 교과목에 걸쳐 있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제도와 행정체계는 완벽하게 중앙집권화, 일원화 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문제다. 각급학교 행정체계에는 부기관장의 직함이 있는데 이들은 노동당 소속 당원으로서 학교 구성원의 사상적 동태를 지도 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교사들은 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안을 작성해 사전에 결재를 맡아야 하며 자발적인 창의수업은 불가능하다.

교육제도면에서는 일반교육-특수(영재)교육-사회교육의 단선제적 체계를 도입하면서 사상교육을 위해 조기교육을 강화한 점과 각급학교 이름을 김일성의 일가친척 명으로 한 것들이 문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탁아소나 유치원과 같은 조기교육 기관의 발달은 협동심과 질서의식 함양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이긴 하지만 자연부락(협동농장 단위)에 근거한 소규모 인민학교가 많아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일찍부터 산업분야별 각종 전문학교 교육이 발달돼 숙련공과 기능공 양성에 커다란 역할을 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교육방법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교육원리와 `대비교양법'이라는 학습법이다. 교실에서의 이론학습과 현장에서의 노동을 연계시키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 원리는 교과목의 성격에 따라 매우 효과적이고, 특히 경제난으로 충분한 실험실습용 기자재가 부족한 여건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학생에게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노동을 부과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을 `모내기 전투'라는 이름으로 들판에 보내는 것은 문제다. 사상교육에 매우 효과적인 `대비교양법'은 계급, 집단, 체제 등 모든 형태의 사상교육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자본주의의 부패성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자연 학생들의 사고가 흑백론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북한 교육의 개선 과제로 △주체사상이라는 특수 이데올로기를 삭제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 지향 △평등·집단주의 원칙보다는 자유주의, 개성을 우선하는 교육지표 설정 △대비교양법적 단원구성이나 학습법의 지양 △국제화, 개방화의 정치혁명과 그에 걸맞은 교육 개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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