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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어느 장학사의 건배사… “나는 선생님이다”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화제다. 이미 대중의 인정을 받고 있는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그것도 색다른 편곡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있어서도 이런 감동적인 무대는 없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가수들이 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넣듯이 교사들 또한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해 가르치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어쩌면 이상론에 그칠 수도 있다. 현실에 비친 교사상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파묻혀 아이들에게 지식만을 전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연초에 해마다 열리던 독서토론논술대회가 취소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하긴 매년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을 선발해 지도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혹시 아이들이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지 못하면 학교 윗분들의 눈치를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참에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아이들도 교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공부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고 상을 받아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없으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름 내내 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마가 주춤할 무렵 도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찾아가는 독서논술토론캠프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 준비 모임을 갖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때서야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던 독서토론논술대회가 캠프로 대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필자도 캠프를 준비하는 지원단의 일원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8월 중순에 담당 장학사님과 20분의 도내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모여서 첫 회의를 가졌다. 도교육청은 물론이고 일선 학교에서도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인지라 막연했다.

일단 시작이 반이라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하나씩 모아 캠프 준비에 들어갔다. 학교별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독서나 토론 또는 글쓰기에 관심 있는 아이들을 추천받아 두 개 권역으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한다는 대강의 계획이 섰다.

캠프 준비를 위해 카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행사 진행에 따른 소소한 부분부터 큰 흐름까지 계획서가 만들어지고 역할 분담도 이루어졌다. 아이들이 캠프에 도착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과 토론 주제를 찾는 과정까지 활동지가 만들어졌다. 혹시 나올 수 있는 조그만 문제점까지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캠프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담당 업무 처리도 벅찬데 캠프 준비까지 매달리다보니 힘겨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불평하는 분은 없었다.

드디어 캠프의 막이 올랐다. 캠프가 진행되는 청양 정산고등학교에 전날부터 모여 최종 점검을 하고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진행에 만전을 기했다. 휴무 토요일이지만 20분의 선생님과 담당 장학관님과 장학사님도 휴일을 반납하고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점심도 컵라면과 김밥으로 때우면서 아이들의 곁을 지켰다. 오전에 진행했던 토론 내용을 토대로 오후에는 논술시험을 치렀다. 참가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인지라 논술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둠 선생님들의 정성어린 지도 덕택에 아이들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었고 원하는 학생은 첨삭지도까지 받을 수 있었다.

황혼이 물들 무렵이 되어서야 캠프의 막이 내렸다. 참가했던 학생 모두에게 교육감 명의의 수료증이 주어졌고 모둠별로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는 표창장이 돌아갔다. 상이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선생님들은 행사가 치러졌던 체육관을 정리하고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 했다.

행사를 처음부터 주관하고 기획한 학력증진지원과 이경범 장학사님이 물을 따른 소주잔을 들어 건배 제의를 했다. 캠프 준비 때문에 무척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님으로서의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렇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들이 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때 아름답듯이 교사도 아이들을 위해 혼신을 다할 때만이 진정한 감동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다.” 장학사님께서 건배 제의를 하면서 힘차게 외쳤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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