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자기를 빚으며 향토사랑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있다.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신둔초등교 애향단.
3∼6학년 4백명으로 구성된 '신둔애향단'은 매주 마을 도요에서 전통도예를 체험한다. 옛날처럼 마을길에 한 두번 꽃을 심고 청소만 하던 애향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李殷雨 교장은 "내고장 이천의 자랑스런 도예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향토애를 키우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각자 살고 있는 수광리, 남정리 등 12개 자연부락별로 나뉘어 독특한 도예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각 부락별로 청자, 백자, 분청사기, 옹기, 생활자기에 관한 전문 도예촌을 형성하고 있어 이론부터 실습까지 배우는 것이 각양각색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을 도예선생님의 자상한 지도를 받으며 기물성형부터 굽기까지 전 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모두가 같다. 3∼4학년 학생들은 기초단계로 코일링 작업을 중심으로 배우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학 문양에 백상감을 넣고 쪽빛 고운 청자를 구워내는 단계까지 솜씨가 는다.
애향단의 도예 체험활동은 학교보다 지역주민들이 더 발벗고 나섰다. 학부모 70%가 도예 관련업에 종사해 전문 도예가가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애향심을 심어주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12개 부락별로 치열한 경쟁(?)을 뚫은 명예교사들은 지정된 도요에서 꼬마도공, 아니 진정한 애향인을 길러내는데 여념이 없다. '전통'을 빚는 아이들의 체험활동은 매주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계속된다. 특히 연말에 있을 작품전시회는 각 부락의 명예가 걸린만큼 학부모 교사들은 매번 마지막 수업처럼 열정을 쏟는다. 이렇다보니 체험활동이 형식적으로 그칠 수가 없다.
명예교사 權民錫(이례산업)씨는 "단순한 기능보다는 자랑스런 향토문화를 직접 가르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오히려 어른들이 향토사랑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차츰 모양을 갖추고 빛깔을 찾아가는 작업에 마냥 즐겁기만하다. 고령토를 주물러 모양을 내고 물레질을 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고사리손들이 더 없이 기특하다.
박담비(11)양은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교과서에서만 보던 도자기를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애향단 학생들은 19일 경기도내 선생님 앞에서 흙밟기, 가마 불지피기 등 도자기 제작 전과정을 시연할 예정이다. 또 10월에는 이천 도예문화 탐구 학술발표대회도 연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전통문화를 익히느니, 조상의 얼을 배우느니 하는 거창한 수식과 꾸밈으로 애향단을 얘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흙을 빚고 기물에 문양을 새길수록 아이들은 투박한 자기처럼 구수한 애향을 느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