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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이 시대 학교장의 리더십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매일 아침마다 전교생이 15분 동안 인성지도 차원에서 합창 연습을 했다. 유독 노래 부르기를 싫어한 한 어린이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매일 서서 있었다. 선생님은 달래보기도 하고 야단을 쳐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화가 난 교사가 고집불통인 그 어린이를 교장선생님께 데리고 가서 “교장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다. 며칠 간 그 어린이와 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 교장선생님은 그 어린이의 특기와 소질을 발견하고 “너는 어른이 되면 훌륭한 소설가가 되겠구나”라고 칭찬을 해줬고 그 어린이는 교장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 후로 교장선생님은 그 소년과 매일 같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글을 쓰도록 지도하게 됐다. 교장선생님은 매일 글짓기 숙제를 내주며 전교생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고 상(賞)을 주었고 그 어린이는 매일 교실에서 자연스레 글을 열심히 쓰는 습관을 갖게 돼 후에 훌륭한 소설가가 됐다.

학교장은 배의 선장과 같다. 학생들은 어떤 교장 선생님,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났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양성을 중시해 잘 지도하고 이끌어준 교장선생님 덕분에 훗날 훌륭한 작가가 되었듯이 교사들도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기를 빨리 알아서 개별지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빙상부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한 초등학교 동창이다. 이 학교 빙상부는 지금부터 50년 전 한인현 교장선생님께서 스케이팅을 전교생 필수과목으로 정해 취미 겸 특기 활동으로 하도록 한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동시 ‘섬집 아기’를 쓴 시인이었던 한인현 교장선생님은 50년 전부터 예체능 교육을 중시하고 학생들의 취미, 개성, 소질, 특기를 멘토링 학습을 통해 지도한 선구자였다.

예체능을 중요시한 교장선생님의 뿌린 씨앗이 빙상교육의 텃밭에서 50여 년 만에 금메달을 줄줄이 캤던 것을 보더라도 교육의 효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바라보고 정성껏 키워야 결실을 얻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 남고는 몇 년 전만 해도 전교 1등을 해도 서울 지역 명문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교였다. 때문에 그 학교의 배정을 피하기 위해 이사를 간 학부모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 교장선생님이 새롭게 취임한 뒤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교장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근무하는 학교마다 담임교사가 1000원씩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좋은 일을 하는데 써보라는 사랑 실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 어린이들 중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을 위하고 봉사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보면 할머니께 초콜릿을 사드린 어린이, 저금을 한 어린이, 불쌍한 사람을 보고 도와주고 싶어도 부끄럽게 생각해 못 줬다는 어린이, 어떤 어린이는 어떻게 쓸 줄 몰라 그 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어린이도 있었다.

선생님의 움직이는 양심과 실천하는 행동이 있을 때 교육의 효과가 큰 것을 새삼 느껴 올해는 모든 선생님에게 기타, 리코더 등 악기를 주 1회 이상 외부 강사를 불러 배우도록 할 생각이다. 선생님들은 제자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함께 하며 가르쳐줘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다양한 분야에 전문적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학교 경영을 해야 한다. 공문이나 회의, 잡무가 많은 것은 결국 학생 교육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학교장은 당장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존경받기보다는 세월이 지난 후 존경 받을 때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다. 문어와 같이 자기 다리를 배고픈 자에게 여유 있게 나눠 줄 줄 아는 그런 학교장이 많을 때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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