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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서커스 통해 집중력·사회성·자신감 키운다!

“어린이서커스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 대중화된 지 오래다. 현재 독일 내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경우도 200건이 넘는다”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엔 요즘 서커스단이 상주하고 있다. 서커스 천막 안 원형 연기장에선 연습이 한창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사의 지도하에 공 돌리기, 팬터마임, 마술, 동물 조련을 연습하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스무 명 남짓 아이들은 몇 달 뒤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관객들 앞에서 연기를 펼쳐 보이기 위해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

노이쾰른 ‘어린이서커스교실’는 노이쾰른 구청이 기획한 교육 프로젝트다. 어린이에게 서커스 곡예, 마술을 가르쳐. 팀워크, 창조력, 자신감을 기르게 하자는 취지다. 누구나 한 번쯤 어릴 때 서커스 구경을 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서커스하면 신기함과 재미가 떠오르며 유년시절 향수에 젖을 것이다. 어린이서커스는 유럽에서 70년대에 생겨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엄격한 훈련을 통한 전문 서커스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소화해낼 수 있는 안에서 행해지는 놀이예술이다.

독일에선 어린이서커스는 축구나 다른 스포츠처럼 보편화된 어린이 여가 활동이어서 팬터마임, 공 돌리기, 곡예 등을 취미로 가르치는 코스도 많다. 어린이서커스교육 프로그램은 사단법인, 시 교육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실행되고 있다. 독일의 서커스단은 관객이 줄어들어도 이런 교육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기 어렵지 않다. 직접 서커스를 배우려는 어린이들은 항상 있다.

어린이서커스 활동으로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탈피해 새로운 재미와 자기 안에 있는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려운 기술을 배우며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그룹을 이루어 작품을 완성하므로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 어린이서커스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 대중화된 지 오래다. 현재 독일 내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경우도 200건이 넘는다.

독일 통합논쟁 첫 번째 표적이 되는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은 저소득층 이주민 밀집 거주지역으로 범죄율이 높아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다. 몇 년 전 학교 폭력으로 유명해진 뤼틀리 학교가 자리한 지역이기도 하다. 당시 교사가 학생폭력에 위협을 느껴 경찰 보호를 요청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며 독일사회 전체가 떠들썩했었다. 주로 아랍, 터키계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이 동네에서 교육열이 조금이라도 있는 가정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떠나는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 중학교 중퇴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고, 직업교육자리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서커스교실이다. 노이쾰른지역 구청장 하인츠 부쉬코프스키는 아이들이 자라기전 무언가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린이서커스교실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노이쾰른의 어린이서커스교실도 아이들의 여가 활동이자 목표를 세워 이뤄내는 학습의 현장이다. 여기서 배워 갈고 닦은 곡예, 마술을 서커스공연에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베를린 시로부터 2년간 8만 유로를 지원받는다. 지원이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은 무료로 서커스를 배울 수 있다.

헤르만 보딘 초등학교의 4학년 a반 아이들 27명도 수요일마다 어린이서커스 연습을 하러간다. 전교생이 360명인 이 학교의 95%가 이주민 출신이고, 실업수당 수령 가정의 아이들이다. 4학년 a반 담임인 가브리엘르 보스키푈러(53세)는 “서커스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요.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담임 보스키 푈러는 내년에도 어린이서커스교실에 등록했다.

현재 노이쾰른에 상주하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서커스 단장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여기서 아이들은 명확한 규칙, 칭찬, 인간적 따스함 같은 걸 얻어 가지요. 이 지역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에서는 별로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에요”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에게 서커스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은 무려 1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리히터는 “아이들은 도전과 확실한 목표를 필요로 합니다. 서커스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예요. 배운 기술이 잘 되지 않으면 계속 연습해야지 어쩔 수 있겠습니까”라며 “공연이 끝난 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멋진 시간이었다고 말을 들으면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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