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교원양성기관 평가가 끝나고, 그 결과가 발표된 지도 비교적 오래되었지만 이 곳 저 곳 모임에 다녀보면 여전히 평가 결과에 대한 뒷담이 무성하여 그 후유증이 크게 남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범대학장들 모임이나 교육대학원장들 모임에 나가 보면 많은 분들이 평가의 부당성을 토로하기도 한다. 물론 드물게는 평가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차제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반성적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1, 2주기 평가 때와는 달리 유독 3주기 평가에 말들이 무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보면 평가담당기관과 피평가기관과의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쌍방향적 소통과 이해를 위한 양자 간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과로 보았을 때 평가기관의 일방향적인 독주가 평가 후 후유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번 3주기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교원재교육기관인 교육대학원에 교사양성 기능을 부여해 온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죄를 지적하고 싶다. 교원인력수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교과부는 그간 무분별하게 특수대학원인 교육대학원에 교사양성기능을 부여해 줌으로써 교사가 지나치게 과잉공급 됨에 따라 목적대학인 사범대학 학생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고, 공급된 다수의 예비교사들이 압력집단화 될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게 되었다. 그간 대학에서 원했기에 양성기능을 부여해 왔다고 교과부는 변명할지 모르나, 교과부가 교원양성 정원 조정권을 가지고 있기에 교과부의 원죄는 피할 수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부가 평가의 로드맵에 따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원죄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대학 현장의 아픔을 어느 정도 감싸 안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했다.
둘째, 3주기 평가의 내용 및 방법은 1, 2 주기와는 상당부분 다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1, 2주기 기준에 따라 준비를 해 왔다. 물론 2009년도에 확정되지 않은 평가 기준이 부분적으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계속 손질 중인 상태여서 피평가기관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최종 확정된 평가편람이 장관 결재 후 각 대학에 통보되었다. 1, 2 주기와는 다른 평가편람을 보고 많은 대학들이 당혹해했다. 법이 바뀌어도 상당기간 입법예고를 하는데, 평가내용과 방법이 대폭 바뀐 편람에 따라 반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하게 함은 피평가기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평가기관 위주의 일정표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결과 활용을 포함해,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에서도 교과부 및 교육개발원에 공문을 보내 재고를 요구한 바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또한 쌍방향적 소통과 이해를 무시한 평가기관의 일 방향적 독주였다.
셋째, 교원양성기관 평가가 3주기까지 왔을 정도면, 그간의 부분적 평가 오류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학 현장의 불만이 꽤 수렴되어 평가의 노하우가 축적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 2 주기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배점 등에 있어서 이전의 두 평가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면, 이것은 동일 평가기관에서 행한 1, 2 주기의 평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수시로 바뀌는 평가준거와 배점에 많은 대학들이 계속 희생을 당해야 하는가? 예컨대 금번 평가에서 교육대학원의 전임유무에 대폭 배점을 하여 거의 모든 교육대학원을 우수권에서 배제시킨 점이다. 이런 평가의 결과는 그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다. 기말고사 평가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C학점 이하를 받았다면 교수가 잘못 가르쳤거나 난이도가 잘못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번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평가는 가히 혁명적 평가라 할 만하다. 이 또한 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
무성한 말들만큼이나 할 말이 많지만 큰 줄거리 몇 개만 지적해 보았다. 그 이유는 앞으로라도 평가담당기관이 피평가기관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라는 점을 촉구하고자 함이다. 즉 소통을 하라는 얘기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잘 못되면 결과도 안 좋은 법이다.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도 좀 고려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교원양성기관의 경우도 아전인수 격 해석과 비판에만 매달리지 말고 차제에 자체적 구조조정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