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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죽음교육(death education) 이젠 해야한다

10대 사망률 자살이 1위, 절체절명 교육 과제
생명 존엄성, 인생관 정립 실천방안 마련해야

성(sex)과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터부시 되어온 몇 가지 주제중의 하나가 죽음이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구 사회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더 이상 터부시 하지 않고 이를 공론화하기 시작하면서 성교육(sex education)과 더불어 죽음준비교육(death education)을 학교교육의 한 영역으로 채택하였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볼 때, 성의 문제는 부분적이나마 학교교육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죽음에 관한 교육은 여전히 교육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70년대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죽음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실제로 1990년대에는 고교 및 대학에서 다루는 죽음과 임종에 관한 과정의 수가 1000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죽음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죽음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며, 죽음에 관한 교육은 죽음의 막연한 공포를 제거함으로써 삶에 대한 인간의 존경심과 환희를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죽음의 문제를 더 이상 교육의 영역에서 소외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교육내용임을 상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의 사회구조 및 교육제도 속에서 자살하는 청소년들과 성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죽음에 관한 교육은 일종의 예비 교육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사망한 사람 수)의 증가 추이를 통계로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즉 1990년에 7.6명이던 것이 95년 10.8명, 2001년 14.4명, 2007년 24.8명, 2009년 31명으로 급증해 2010년 현재 인구 10만 명당 31명으로 불명예스럽게도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한 해만해도 자살자는 하루 평균 42명꼴로 총 자살자 수가 1만5413명에 달하였다. 특히 10대 자살률이 급증, 2008년 보다 43%나 증가함으로써 교통사고 사망률을 제치고 자살률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죽음교육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교육적 과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청소년들은 죽음이 나와는 상관없는 노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성문제와 달리 죽음에 대한 의식은 연령이 높을수록 강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죽음에 대한 의식은 성인에 비해 낮지만, 상대적으로 자살에 대한 충동은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이다. 그래서 어느 세대보다도 청소년들을 위한 죽음준비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주체적 존재다. 다시 말하면 비대체적이고 비반복적인 존재이다. 그 무엇으로도 나를 대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라고 하는 존재는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현 시점에 단 한번 일회적으로만 존재한다.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에 비할 바 아닌, 그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가? 따라서 실존주의철학자들은 청소년들에게 이와 같은 주체성을 자각 시켜주는 교육을 잘 행한다면 스스로 자아 존중감을 가지게 되어 함부로 자살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청소년들을 위한 죽음교육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깨닫게 해 올바른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정립하게 하고, 자신에게 한정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여 매일 매일의 삶을 성실하게 살도록 하게 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자살의 예방적 차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실존적 주체성을 자각시키기 위한 철학적 차원의 죽음준비교육도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구사회에서는 20세기 중엽부터 죽음이라는 주제가 공론화 되면서 철학, 종교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 법학, 교육학 등의 분야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사회의 변화된 모습(핵무기 등에 의한 인류의 집단 멸종에 대한 공포, 핵가족화로 인한 세대 간의 접촉단절 등)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다루게 하는 촉진 역할을 하였다.

이제는 우리도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죽음준비교육도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가, 행정가, 교육가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예방적 차원의 실천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살 예방 차원에서 보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죽음준비교육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긴요하고도 긴급한 사회·교육적 과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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