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교육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무려 6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 진보성향 인사들이 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국가와 지방자치 수준의 교육정책 추진에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교육감의 성향이 진보라서 나쁘고 보수라고 좋을 것은 없다. 진보든 보수든 우리의 차세대 교육에 진정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여 집행한다면 하등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교육정책은 교육이 지니는 독자적 특성상 미성숙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과의 장기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기획, 추진, 집행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의 결과는 우리 학생들의 현재의 학업과 더불어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인적자원의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자신의 교육 철할 또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진보교육감들의 선거공약 가운데 이슈가 되었던 몇몇 정책은 여전히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 첫째가 초․중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의 예산이 넉넉했던 적은 없었다. 따라서 부족한 예산으로 당장 무상급식을 실행하자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과 같이 교육에 직접 투자되어야 할 예산이 급식예산으로 전환되고 결국 그 부족분은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전면 무상급식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도 불합리하다.
급식비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계층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함으로써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의 과세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하여 전체 급식 대상의 약 33%를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학교발전기금 등을 통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충분하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전면 무상급식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전면적 무상급식의 논리가 타당하지 않음에도 당장 내주머니에서 지출을 하지 않게 되는 학부모들이 무상급식을 환영하고, 이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부모의 인기에 영합하여 현실적 여건을 무시한 채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정책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둘째, 최근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문제는 서울과 경기 교육감을 필두로 한 학생인권조례 설치인데, 체벌금지, 학생인권존중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체벌금지 조항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현장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통제할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체벌만을 금지하는 것은 요즘의 학생과 학교현장을 너무도 모르는 처사라는 것이다.
우리는 교사들에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모두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학생들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데는 인색하다. 더구나 의무교육기간 중에는 학교를 떠나게 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교사들이 단순히 상담과 타이름, 벌점 등만으로 비행의 정도가 심한 학생을 통제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체벌이 장기적으로 학생의 행동교정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이론이지만 단기적으로 다른 학생의 보호나 수업 분위기 확보에 도움을 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수 피해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다수 보통 학생들의 권리는 현실적으로 교사의 권위와 통제가 가능할 때 그나마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체벌을 대체할 수단을 확보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인권조례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셋째, 전북교육감의 자율고 지정 취소는 교육정책의 안정성, 계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다. 비록 자율고의 지정이 교육감의 권한이라고는 하나 이미 지정된 자율고를 취소함으로써 자율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였으며 또한 행정권한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게 되었다. 시․도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장으로서 교육감 자신의 이념이나 철학을 잣대로 시․도민의 교육적 판단을 무시하거나 곡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정책 시행의 결과는 수많은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직 내․외부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록 시간과 노력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검증되고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바탕이 된 교육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 교육감의 이념이나 철학보다는 교육수요자의 만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감들은 유념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