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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학벌주의와 대학입시제도

"대입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모든 사회 구엇원이 2·3중고를 겪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학벌주의, 학력주의의 틀을 깨지 않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요즘도 학원가 저녁 거리풍경을 보노라면 낮보다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못하고 부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잠시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그러한 느낌은 해마다 철새처럼 찾아오는 대학입시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입신양명의 기회를 오로지 대학입학에 두고 갖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도 학벌에 대한 사회구조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학 입시에 대한 관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도 학교현장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교 나름대로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밤늦도록 자율학습과 보충학습으로 불을 밝히고, 학원가는 그야말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은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이중, 삼중고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소위 ‘문벌주의’의 궤도 속에 아직도 갇혀 있다고 보여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시대에 6두품, 호족, 개국공신 등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문벌주의 사회를 형성했다. 특히 과거제도 시행과 더불어 문벌귀족을 형성하기 위해 교육적 관심의 비중은 지대했다. 그들은 확고한 문벌체제를 구축하여 정치권력과 경제적 특권을 독점함으로써 그 시대의 모든 특권을 쥐고 있었다. 그 후, 고려사회는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갈등으로 얼룩졌다. 즉, 문벌귀족 체제의 모순 심화, 지배층의 정치적 분열, 무신 차별에 대한 무신들의 불만 등 지배 체제의 모순에 대항하는 새로운 무신 권력이 등장하여 국가․사회적 붕괴를 초래했다. 관리등용과정에서 실력과 도덕성보다는 가문과 학벌연고가 더욱 중요하게 되면서 일종의 문벌주의, 문중주의적 지배질서가 확립되었고, 이러한 문벌주의가 오늘날 학벌주의의 전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대학입시제도는 경쟁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요 대학은 물론, 대다수의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시도를 통해 새로운 입시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활용함으로써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보다 자율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입학사정관은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전형자료를 심사·평가하여 개별 지원자의 입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들 대학의 입시요강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를 통하여 대학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국가에서 마련한 획일적 입시제도 틀 안에서 각 대학들이 저마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선택한 동기를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까지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 학생 선발방식에 대한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지역별, 학교별 내신편차가 존재하는 불공정성과 변별력이 미약한 수능만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새로운 입시제도인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또 다른 모순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비 증가, 고교 서열화 조장, 사실상의 대학입시자율화로의 이행, 객관성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인해 제도의 졸속적 추진에 대한 걱정이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에 고착화 된 학벌주의, 학력주의의 틀을 깨지 않고는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하는 대학입시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입시방향에 따라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고민에 빠져 공교육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와 더불어 사교육비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쳐 늘어질 뿐이다. 천년전 우리가 보아 왔던 ‘문벌주의’의 잔영(殘影)이 지금도 변함없이 ‘학벌주의’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생 선발 목적에 충실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입시제도의 정착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학벌주의 의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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