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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으며> 똥싸개가 교장이 됐습니다!

"이 녀석아! 그럴 땐 얼른 바지를 이렇게 잡고 벗어야지…"

냄새는 둘째치고 미끄덩거리는 그 덩어리를 툭툭 터시고는 날 얼른 안고는 관사로 가셨다. "어이구! 눈이 큰 걸 보니 너 이 다음에 큰 일 하겠구나!" 하시며 바지를 벗기고 사타구니를 씻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의 체육복을 내게 입히시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한 잔 주셨다.

입학식 날. 서병우 선생님과의 인간적인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몸이 약해 `그것' 조절이 안 되던 내게 날씨마저 쌀쌀했던 그 날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춥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엄마들, 그리고 선생님 중에서 내게 관심을 보이셨던 분은 오직 서병우 선생님 뿐이셨다. 담임도 아니셨고 그저 입학한 어린이들을 축하해 주시려고 운동장에 나오신 원로교사셨다.

그 날 이후, 5학년까지 난 `영원한 바보, 똥싸게'로 늘 냄새 때문에 한쪽 구석에 버려진 아이가 됐다. 하지만 6학년 늦은 봄, 서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기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태휘야! 넌 노력만 하면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공주사범병설학교에 갈 수 있는데…"하시며 나를 꼭 껴안으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우선 국어 책부터 좔좔 읽어야 하고 구구단도 외우고…태휘야, 이젠 농사일 그만 돕고 오늘부터 공부하는 거다. 약속할 수 있지?" 하시며 내게 다짐을 받으셨다.

그 만남은 내 가슴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날 밤, 나는 한 동리에 사시는 김광달 선생님께 구구단표를 얻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나는 조용히 자습하는 친구들 틈에서 구구단을 외웠다. 친구들이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밤이고, 일요일이고 가리지 않고 김 선생님 댁을 찾았다. 구구단도 외고 책도 읽고….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신혼에 단칸방에서 살고 계셨지만 늘 나를 자식처럼 사랑해주셨다. 6학년 담임이셨던 신동준 선생님은 정말 인내심이 많으신 분이셨다. 국어시간, 떠듬거리는 나 때문에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려도 선생님은 늘 본문 읽기는 내게 맡기셨다. 왜 그러셨을까.

1년 후 기적은 일어났다. 공주사범병설중학교 합격!

그건 선생님들과의 `인간적 만남'이 일군 기적이라고 난 오늘도 믿고 있다. 똥싸개에 바보였던 나를 교장으로 일으켜 세우신 은사님들은 내게 소중한 사랑의 마음과 인간적인 만남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셨다.

서병우 선생님께서는 이미 고인이 되셨다. 난 가끔 빛 바랜 졸업사진을 보면서 은사님들이 전해 주신 그대로 `만남과 교육' 이것을 학교경영의 신념으로 삼고 우리 아이들을 마주한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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