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상큼한 계절 5월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어느덧 40년 시간의 강물이 굽이쳐 흘러갔습니다만 선생님을 그리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선생님 슬하에서 문학 공부하던 어려운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일어서던 그 시절. 홍제동 야산에는 나무 한 그루 그늘을 주지 못하던 자연환경…. 군데군데 방공호들이 검은 아가리를 열고 우리를 우울하게 하였지요.
그러나 해마다 봄이면 누구의 핏자국처럼 피어나는 참꽃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참외 꽃처럼 영양실조에 노란 친구들의 얼굴…폭탄 껍데기 위에 앉아 진리를 적어가던 시린 손가락들…교복 대신 염색 군복을 입고 허기진 눈빛으로 이상을 꿈꾸던 남학생들….
그러나 선생님! 야전잠바 차림으로 교단 위에 서신 선생님께서는 사자후 같은 열정으로 저의 문학의 텃밭을 다져 주셨습니다. 언제나 저희를 바른길 위에 세우시는 날카로운 눈빛은 회초리 이상의 질책이셨습니다.
참고문헌 한 권 없는 비참한 교육현실 속에서 손수 가리방으로 긁어 등사하신 한국 서정시 100편. 그 주옥같은 시를 암송시키셨습니다. 또 청록파 시인들의 시들을 낭랑한 육성으로 낭송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문학의 텃밭에 거름이 되어 오늘 제 작품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참된 인간의 바탕 위에 문학을 일으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폭 넓은 체험을 강조하시며 봄이면 새싹 찾아 오대산으로, 여름이면 작렬하는 태양 아래 부서지는 파도를 손 끝에 만지게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제자사랑이라면 칼날 위에라도 올라가시던 그 교육애, 그 열정. 40년 시간의 저 편 언덕에서 언제나 백발을 날리시며 바르게 살아라, 좋은 시 쓰거라 마음의 메시지를 띄워 주십니다.
오늘 스승의 날, 가슴의 앙금을 한 장 바람에 띄웁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그루 푸른 나무로 그늘을 주시며 오래 오래 회억의 뜨락에서 계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