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2월 18일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국립대학의 ‘교원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과부는 호봉제의 토대 위에 부분적으로 성과급제를 실시하는 현행 국립대학 교원 급여 체계를 폐지하고, 기본연봉에 성과를 매년 누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교원 간에 상당한 보수 격차가 발생할 성과연봉제로 개편을 추진하며, 이 제도를 2010년 하반기 이후에는 모든 신임교원, 201’11년 이후에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모든 재계약교원, 2015년에는 모든 교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보수와 성과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자발적인 동기 유발은 물론, 국립대 교수사회에 발전적인 경쟁풍토가 조성돼 교원의 교육․연구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성과연봉제 시행은 향후 국립대학 교수사회에 큰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의 질적인 발전 없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대학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수 집단이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개혁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요청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혁은 무조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당위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원칙과 당위성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니까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면 그 전에 만약 우리 대학이 교육·연구·봉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만약 갖추지 못했다면 그 근본 원인이 현행 교수 급여체계에 있는지, 아니면 열악한 교육 여건 등 다른 데 있는지 그 원인부터 먼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약하다 할지라도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열악한 교육여건과 형편없이 부족한 교육재정에 있지 결코 급여체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의 1% 이상을 고등교육예산에 투자하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고작 0.4%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번을 양보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약한 원인이 급여체계에 있다 해도 성과연봉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한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이해당사자에 대한 설득 작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튼 성과연봉제가 시행된다 해도 교과부의 장밋빛 전망대로 사태가 진행될 것 같지 않다.
대학은 인간·사회·자연의 본질과 구조 및 그 상호관계에 대해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자, 전공지식과 기술, 일반교양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을 전문가 집단으로 양성하고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바른 길을 가도록 생산적인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지식인 집단이기도 하다. 성과연봉제의 시행은 단기적, 부분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식인 집단으로서 대학이 지니는 생산적인 비판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대학 사회를 황폐화하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행 교수 급여 체계의 경우에도 성과급적 요소가 상당 부분 있고, 이와 관련된 부작용이 적지 않다. 교수 사회도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교수 개개인의 원자화된 경쟁력보다는 상호협력에 바탕을 둔 공동의 경쟁력이 더 필요하다. 다양한 개성과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위해 교수 상호간에 불공정한 무한 경쟁 체제의 도입이 아니라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경쟁 체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대학에 대한 대폭적인 자율성 부여임을 인식하고, 대학을 황폐화시킬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