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김시습이 보리를 맷돌에 가는 것을 보고 세살 적에 읊은 시이다. 이처럼 남보다 일찍 창의적인 표현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고 있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나이가 됐을 때 겨우 말을 시작할 정도로 느렸고, 유년기에는 학습 지진아로 인식될 정도였다. 이처럼 영재들이 갖는 행동 특성 프로파일은 개인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영재를 판별할 때 어려움이 크다.
최근 들어 대학 입시에서의 입학사정관제도 시행과 더불어 영재교육분야에 있어서는 관찰과 추천에 의한 영재 판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금년부터 그러한 판별 방식이 적극 도입되고 시행될 전망이다. 그 동안 시행돼 온 영재판별 방식이 선행학습 요인을 배제하기 어렵다거나 영재교육대상자로 선발되기 위한 사교육 요구가 증가된다는 비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영재학교나 영재교육원을 합격을 목표로 학생을 모집해 가공된 영재를 교육하는 사교육이 적지 않게 성행하고 있어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기도 하다. 영재교육대상자 판별 시즌이 되면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영재 판별 과정에 과민상태가 되기도 한다.
사회 자본으로서의 영재를 조기에 발굴해 그들의 학습 특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성취시키는데 영재교육의 가치가 있다.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영재교육대상자 선발은 영재교육의 출발점이며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영재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이 과도한 사교육비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영재 명칭 붙이기’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사교육에 의한 빈부세습이나 심리적 박탈감을 막기 위해서도 입학사정관제도를 비롯한 현재 추진 중인 개선 방안이 신중히 검토되고 제대로 실행돼야 할 것이다.
영재교육의 초기에는 영재를 높은 IQ 점수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영재에 관한 초기 연구가 매우 높은 IQ 점수를 기준으로 영재를 정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 적성을 측정하는 표준화 검사 등은 주로 ‘시험 정답 잘 맞추는 학생’을 영재로 판별할 가능성이 많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영재성의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성취의 높음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종합함으로써 높은 영재성의 단서를 발견하는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영재성의 단서는 가정과 교실에서 가장 잘 발견되어질 수 있다. 수학왕자 가우스의 경우가 그러하다. 세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의 회계 장부에서 틀린 계산을 찾아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수학 시간에 1부터 100까지 더하기 과제를 받은 가우스는 처음 수와 끝수를 합친 후 50을 곱해 또래 학생보다 빠르고 독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제자의 이러한 행동 특성을 지나쳐 버리지 않고 읽어낸 담임선생님의 세심한 관찰과 전공 분야에 대한 추천이 그를 세계적인 수학자의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경상도 향시에 제출한 시지(試紙)에서 ‘천하의 영재를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天下之英才難得)’고 논한 적이 있다. 커튼 뒤에 가려진 영재성을 정직하게 판별해 그들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중요시 돼 왔다. 무한의 잠재력이 가득 숨 쉬고 있는 교실에서 아름다운 재능을 발굴하고, 촉진시키는 고귀한 역할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부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