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을 때 마다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기대에 부푼다. 지난 연말에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는 희소식은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 또한 오는 11월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G20정상회의는 우리의 국격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나갈 것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적 역량은 세계 경제와 더불어 아직 취약한 상태이다. 현재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급부상하며 미국과 대등하게 G2국가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세계 역사의 흐름을 읽으며 우리는 긴장하여야 한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가 그 나라의 역량과 주변의 여건에 따라 갑자기 다가오는 사례들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즈음 같이 먹고 살며 글로벌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반만년 역사에서 겨우 20년 내외인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10년, 20년, 그리고 100년 후를 바라보며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소득이 3만 불, 4만 불 환경이 되어야만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고 한다. 우리 기술도 선진국의 모방단계를 넘어 창의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창출해야 한다. ‘최초’, ‘최고’가 아니면 앞서갈 수 없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융∙복합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 개발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이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새해에도 사교육, 입학사정관제, 교원평가, 학력평가, 정보공개, 교육과정, 학교 다양화 등이 지자체 선거와 더불어 계속 주요과제가 될 것이다. '자율과 경쟁'과 '규제와 평등', '시장'과 '반(反)시장'. '자율과 경쟁'과 '사교육 줄이기'이라는 이원적 논쟁의 늪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논쟁인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사회적 갈등구조 해결이 아니라, 한 학생의 변화이다. 교육에 대한 논쟁이 실질적으로 한 학생의 변화에 얼마나 도움 주는 지 물어야 한다. 여기에서 두 마리 토끼잡기라는 이원적 논쟁을 하나의 과제로 모아갈 수 있다.
새해에 우리 사회는 교육을 논의할 때 먼저 ‘한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기 바란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진정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교육이 잘못되었을 때 그 결과는 우리 각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오늘의 교육의 질이 20년, 30년 후 끼칠 영향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분명한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 점수로 줄 세우기보다는 호기심, 자신감, 열정, 도전정신, 사명감, 인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양적인 지표로 교육기관을 줄 세우기보다는 교육이나 연구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 가져야 한다. 평가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새해에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를 쌓는 일을 고민하기 바란다. 어떠한 정책도 공감대와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신뢰, 투명성, 윤리 등의 사회적 관계는 사회적 자본이며, 실질적으로 물질적 수익을 창출해내는 가치이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사회적 비용이 높아져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는 OECD에 속한 19개국 중 14위이다. 이슈별 논쟁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관점에서 진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새해에 우리 교육은 글로벌 사회에 대한 기여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인재개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평판이 좋은 우리 교육은 소중한 자산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를 개발도상 국가들에 전하며 우리 교육을 세계 교육의 롤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 때 진정 선진국으로 존경받을 것이다.
‘인류의 사명은 각 세대가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영국 처칠 수상의 말이다.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 교육도 살리고 우리의 자긍심도 키우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