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의 논의 끝에 2년째 시범운영 되고 있는 수석교사제가 내년에는 수를 350명(최대 382명)으로 확대하고, 교감의 위치에서 수석교사 고유 업무를 수행해보도록 시도한다는 소식이다. 선발절차도 포트폴리오, 수업기획 및 실연, 수업컨설팅 기획 및 실천, 심층면접 등 4, 5단계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수석교사의 전문성을 확고하게 인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법제화로 가기 위한 전 단계에서 제도 도입의 공감대를 보다 확산시키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범운영은 그 성격상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다.
우선 교과부의 제도시행 의지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1차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이 2년차인 올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업시수 20% 경감 가능’이라는 임의조항으로 여전히 대부분의 수석교사들은 많은 수업을 감당하고 있다. 올해 전체 수석교사의 주당수업시수가 평균 17.2 시간이나 된다. 연구활동비도 평균 15만원에 불과하다. 초등의 경우 보직과 담임을 맡으면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데 수석교사는 수당도 아니고 연구활동비 명목으로 15만원이 지급된다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처우가 낮아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석교사에 대한 매력은 감소하고 수석교사 활동에 대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수석교사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한국교총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잇따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약 70%, 교원의 65.8%가 수석교사 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했다.
이는 현재의 수석교사들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시범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수업으로, 교사들에게는 아낌없는 수업지원으로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매력적이지 않은’ 수석교사를 운영하며 사명감에만 호소할 경우, 앞으로 능력 있는 교사가 얼마나 지원할지 우려스럽다. 2년간 수석교사의 길을 닦기 위해 노력한 기존 수석교사들조차도 실망과 좌절로 재도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렇게 되면 잘 가르치는 교사를 존중해 전문성 제고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좋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애초의 취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여전히 보직을 맡고 열심히 점수를 잘 따서 승진하려는 곳에 몰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석교사가 교수직 트랙의 최고직으로 존경 받고 상응하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최고의 교수직에 준하는 연구활동비를 지원하고, 수업시수를 과감하게 50% 이상 경감하는 한편 전문적인 연수를 통한 자격증제도, 연구년제 우선 대상자 대우, 교수-학습자료 연구개발비 지급, 컨설팅과 상담이 가능하도록 공간 확보 등이 3차 시범운영에서는 적극 모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육당국의 정책실현 의지와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범운영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의 현장 코칭과 이에 따른 적정한 지원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
이 점에서 3차 시범운영과 동시에 현재 국회 교육위에 계류 중인 수석교사 도입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지위와 처우, 역할이 명료해야 수석교사제가 빠르게 현장에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석교사제의 성공과 정착을 위해 누구보다도 현 수석교사들의 분발과 재도전을 촉구하고 싶다. 많은 어려움과 제약을 겪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수석교사들이 제도운영의 주체로서 얼만나 자신감과 창의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느냐에 수석교사제의 향배가 달려있다. 교수학습이 중심이 되고, 연구하는 교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2010년에도 다시 도전해 수석교사의 자존감과 고난의 짐을 함께 지자고 부탁드리고 싶다.